중국 은행들이 가진 부실채권은 장부상에 기재된 것보다 훨씬 많으며,현재 쌓아 놓은 대손충당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11일 밝혔다.

피치는 중국 은행들이 채권을 분류하면서 부실위험을 감추는 경우가 많아 잠재적 부실에 노출된 채권들이 훨씬 많다며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치는 농업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으로 2479억위안을 추가로 쌓아야만 부실채권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농업은행의 작년 세전이익의 378%나 되는 규모다.

피치는 중국 은행들이 채권을 분류하면서 미래발생 손실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장부상 부실 규모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국 은행감독원이 요구하고 있는 150%의 대손충당금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올 들어 4월까지 5조1700억위안을 신규 대출로 푸는 등 유동성 확대에 나서면서 중국 은행들로선 극단적인 경영부실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2.04%로 올 들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메릴린치는 통계 작성에서 일부 탕감된 부실채권이 누락되면서 나타난 착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은행은 중국의 올해 재정적자가 작년보다 10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올 들어 4월까지 중국의 세입이 10% 줄어든 데 반해 지출은 32% 늘었다며 작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0.5%에 그쳤던 재정적자는 올해 5~6%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