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기준금리를 잘못 올리면 경기회복의 싹마저 잘라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경기진단에 대한 판단착오로 금리를 서둘러 인상한 데 따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경제 전문가들은 3분기부터 금리조정 논의가 진행되겠지만 4분기는 돼야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기준금리 왜 동결했나

이번 금리 동결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확신해야 금리를 올릴 수 있는데, 그런 신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분기에 급락세에서 벗어났고 4월에도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플러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낮은 수준에 머문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일 가능성이 있다.

내수에 영향을 주는 취업자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는 2천37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만 9천명(-0.9%) 줄었다.

이는 지난 1999년 3월 -39만명을 기록한 이래 가장 큰 폭이다.

2분기에 경기가 상승하더라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기가 일시 상승후 다시 하강하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현욱 연구위원은 "2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0.9%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경기회복은 느리고 완만할 것이며 해외 불안요인들이 불거지면 한국경제는 더블딥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으나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이번 금리동결의 요인에 해당된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부동산시장에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으나 전국적인 현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확대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유동성 환수 시기상조

이에 따라 유동성 환수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 들어 한은의 통안증권 발행이 급증한 점을 근거로 유동성 환수 기미가 엿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는 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통안증권 순 발행액은 29조9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조3천억원 순상환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 이후 통안증권 발행이 급증한 것에 대해 한은은 기준금리보다 낮은 콜금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과잉 유동성을 필요한 만큼의 유동성으로 바꾸는 것도 미시적인 유동성 흡수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동성 환수가 본격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에도 은행의 대출 자제로 유동성 증가세가 꾸준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현금 등 단기자금으로 구성된 협의의 통화인 M1은 작년 동기보다 17.4% 급증하면서 2002년 9월 이후 6년7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수익증권 등을 추가한 광의통화인 M2의 증가율은 11개월째 둔화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추경 편성으로 재정지출이 확대된 데다 은행권에 빌려줬던 달러화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원화가 지급되면서 통안증권이 늘어난 것"이라며 "아직은 유동성을 다시 흡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4분기에 금리인상 가능"

경제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4분기, 늦으면 내년 1분기에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해 본격적으로 유동성을 거둬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조급한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을 해칠 수 있다"며 "8~9월부터 통화정책 방향을 내비치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고 4분기에 회복 기조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면 연말께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다만, 인상폭은 0.25%포인트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소비심리, 투자, 수출 등이 호전돼야 금리인상이 가능한 만큼 3분기부터 논의가 이뤄지다 4분기에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도 변수"라고 전망했다.

토러스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올해 연말을 전후해 금리인상을 통한 유동성 환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고 우리투자증권의 박 연구원도 "경제지표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4분기 정도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안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기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건전한 기업 유동성 사정이 개선되는 내년 상반기에나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현석 홍정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