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 규명과 징계 결정을 미루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보는 우리금융 실적에 대한 실무 점검을 마치고서도 정례 예금보험위원회(예보위)에 관련 안건 상정을 차일피일 늦추고 있다.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로, 2년마다 맺는 경영이행약정(MOU)을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분기(우리은행) 또는 반기(우리금융)마다 점검한다.

실적이 부진하면 왜 그런지,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져 예보위에서 징계조치를 내린다.

우리은행은 작년 4분기에 6천911억 원의 적자를 냈고, 이 여파로 우리금융도 6천64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MOU를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MOU를 이행하지 못했다.

◇"안건 상정 기약 없어"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4월께 예보위에서 `2008년 4분기 우리금융 실적 점검 결과'를 안건으로 올려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상정조차 않고 있다.

예보는 그동안 지연 이유로 사장이 공석인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이승우 신임 예보사장이 취임한 뒤인 이달 10일 정례 예보위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때도 포함되지 않았다.

예보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우리금융 실적에 대한 점검은 끝났지만, 신임 사장이 온 만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며 "언제 안건이 논의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의 검사가 끝나면 양 기관 간 조율을 거쳐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금감원은 이달 8일부터 한 달간의 일정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 종합검사에 착수했으며 오는 15일부터는 우리금융에 대한 종합검사도 한다.

금감원은 2005년과 2006년에 우리은행이 투자했던 파생금융상품의 손실 문제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실적 부진은 누구 잘못?
예보의 우리금융 징계 결과가 주목받는 것은 실적 부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려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이 무리한 자산 늘리기와 파생상품 투자 등으로 엄청난 손실을 냈고, 또다시 준공적자금인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러나 책임소재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황영기 전 행장 시절인 2006년부터 2007년 상반기 사이에 이뤄진 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총 투자액 15억8천만 달러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1조6천200억 원을 손실처리했다.

작년 4분기 실적이 적자로 곤두박질을 친 이유 중 하나다.

황 전 행장측은 "당시 파생상품 투자는 본부장, 부장 전결로 이뤄져 황 전 행장이 투자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007년 말까지 해도 평가손은 10% 내외에 불과했기 때문에 황 행장 퇴임 이후에 큰 손실 없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즉 황 전 행장의 투자부실이 아니라 차기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소홀로 인한 손실이라는 주장이다.

황 전 회장 겸 행장 퇴임 이후에는 2007년 3월 박병원 회장-박해춘 행장, 2008년 6월 이팔성 회장-이종휘 행장이 체제로 이어진다.

예보 관계자는 "과거 경영진이라도 잘못이 있을 경우 징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보는 우리은행이 작년 3분기 때 MOU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이종휘 현 행장뿐 아니라 박해춘 전 행장에도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우리은행의 역대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동시 징계 가능성도 점쳐진다.

예보로부터 경고 2회를 받으면 3년간 예보와 MOU를 맺은 금융회사에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예보가 징계를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KB금융지주 회장인 황영기 전 행장과 이팔성 우리금융회장 모두 현 정권과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데다 서울시향 대표를 맡아 이른바 `S라인'(서울시 라인)으로 꼽히며, 황 전 행장은 한나라당 대통령선대위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