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국 경제 회복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9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2.8% 급등한 배럴당 70.0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5일 WTI 가격이 장중 70.32달러를 찍은 적은 있지만 종가 기준으로 7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5일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 들어 WTI 가격은 2월 저점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 역시 전날보다 2.8% 올라 배럴당 69.2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5일(68.59달러)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국제유가가 이처럼 뛰고 있는 것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에다 세계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여기에다 지난달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112만대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34% 늘어났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으로 인해 수급 상황 자체가 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국제유가 급등세는 한국 경제 회복에 가장 큰 복병이다. 우선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144억7200만달러인데 이는 낮은 국제유가에 힘입은 바 크다. 두바이유 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배럴당 48.1달러 수준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6%나 낮은 것이었다. 연간 8억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선 올 들어 5월까지 유가 하락에 힘입어 생긴 무역흑자 규모가 150억달러에 이른다. 하반기 들어 두바이유가 지난해처럼 배럴당 83달러를 웃돌게 되면 한국은 무역적자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부작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원유가격 상승은 물가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올 들어 이제까지는 원 · 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되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을 어느 정도 상쇄해 왔다. 하지만 국제유가 오름폭이 환율 하락폭보다 크게 된다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거나 적자로 반전하게 된다면 환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안정되는 경우와 비교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두 배가 돼 인플레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

박준동/서기열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