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경향 속 화려한 색상.무늬에 과감한 노출

올해 여름철 바닷가에는 사파리 분위기가 물씬 풍길 전망이다.

주요 백화점의 수영복 담당 상품기획자들은 올 여름 수영복의 패션 트렌드는 토속적이면서도 자연에 모티브를 둔 아프리카 사파리풍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최근 몇 년 동안 인기를 끌었던 꽃무늬 수영복은 인기가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적으로 최근 패션업계에 불어닥친 복고풍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만, 불황의 소비심리를 반영하듯 원피스 수영복이라도 화려한 색상에 허리선과 가슴선이 깊게 파인 제품이나 어깨 끈이 없는 제품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몸매에 자신 있는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비키니 제품도 변함없이 올 여름 해변에서 남성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선탠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태닝 전용 수영복'도 등장했다.

◇ 여성 수영복은 사파리풍이 대세 =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 가능한 4피스(비키니+스윔스커트+탑+쇼츠)가 유행했던 예전과는 달리 올해에는 비키니에 '선 드레스'를 걸쳐입거나, 다양한 디자인의 원피스 수영복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얇고 가벼운 반투명 소재로 만들어 하늘거리는 선 드레스는 비키니 위에 걸쳐입으면 자신 없는 몸매를 가리면서 바디 라인을 살짝 드러낼 수 있어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최적의 아이템으로 꼽힌다.

또 '수영장 수영복', '엄마 수영복'으로 여겨졌던 원피스 수영복이 과감한 커팅과 세련된 색감으로 다시 돌아왔다.

가슴선이 많이 파이고, 허리 부분을 가위로 오린 듯 과감하게 잘라낸 '컷 아웃 스타일'은 쉽게 말해 브래지어와 팬티 사이에 약간의 천이 걸쳐 있는 듯한 모습이다.

보일 듯 말 듯한 디자인으로 비키니를 입는 것보다 더 섹시함을 어필할 수 있게 하는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어깨 끈이 없는 '튜브탑 스타일' 원피스 수영복이나 팬티에 탱크톱만 입는 비키니는 귀여운 디자인이지만 한편으로는 흘러내릴 듯한 아찔함을 숨기는 디자인으로 남성들의 시선을 끌 전망이다.

올 여름 수영복 색상은 블랙&화이트의 완성도 높은 컬러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민트, 코발트블루, 오렌지색처럼 밝으면서 낙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강렬한 색채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꿈꾸는 듯한 화려한 프린트로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아프리카 사파리풍 스타일이 올 여름 해변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 남성 수영복, 화사한 무늬 남태평양 스타일 = 남성 수영복으로는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꽃남' 열풍으로 밝은 컬러에 화사한 무늬의 남태평양 스타일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특히 여성이 선 드레스를 겹쳐 입는 것처럼, 남성도 '번아웃 짚업'이나 '아쿠아탑'과 같은 다양한 단품을 트렁크 수영복과 함께 걸쳐 입는 것이 올 여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번 아웃이란 원단에 특수 약품을 발라 그 부분만 색감이 빠지게 하여 얼룩덜룩한 무늬를 만든 소재를 말하며, 이 소재로 지퍼를 단 상의를 '번아웃 짚업'이라 한다.

아쿠아탑은 수영복의 방수 기능을 겸한 일반 탑으로, 리조트웨어나 헬스복으로도 이용된다.

이러한 번아웃 짚업이나 아쿠아탑은 수영복과 함께 길거리 패션으로도 이용되고, 체형을 가려주는 효과가 있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 어떤 수영복이 나왔나 = 우선 호피무늬나 토속적인 무늬 등 민속적이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주는 비키니가 대거 선보이고 있다.

D&G는 갈색 호피무늬가 박힌 원피스 수영복과 비키니 등 2종을 선보였다.

어깨 끈이나 가슴 부분 사이에 브랜드 로고를 금속 장식으로 달아놓아 포인트를 주었다.

엘르스포츠는 빨간색과 주황, 초록색의 선을 교차한 디자인으로, 마치 야자수 잎처럼 표현된 수영복을 내놓았다.

끈을 목 뒤로 묶는 홀터넥 스타일로 빈약한 가슴을 풍만해 보이면서도 여러 가지 색이 들어 있어 경쾌한 느낌을 준다.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에서는 날염 무늬의 비키니를 선보이고 있다.

노랑, 빨강 등 원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날염 프린트가 되어 있어 화사하고 밝은 느낌이 특징이다.

레노마나 아레나 등 수영복 전문 브랜드들도 물방울무늬나 페이즐리 무늬, 날염 무늬 등 독특한 무늬의 수영복을 내놓았다.

최근 워터파크에서 수영보다는 일광욕을 즐기는 '태닝족'이 늘어나면서 '태닝 전용 비키니'도 선을 보였다.

일반 비키니에 비해 몸을 가리는 부분이 적고, 가느다란 끈이나 체인으로 되어 있어 몸에 자국이 많이 남지 않아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캐주얼 명품 편집매장인 '분더샵&컴퍼니'에서 판매 중인 꺄샤렐의 태닝용 비키니는 재질이 비교적 얇고 목과 다리 부분이 가느다란 끈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매장에 입고된 지 한 달 만에 20벌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 랄프로렌, 타미힐피거, 써스데이 아일랜드 등 의류 브랜드에서도 태닝 전용 비키니를 1~2종씩 내놓았다.

줄무늬나 큰 체크무늬 등 시선을 끄는 큰 무늬가 그려져 있어 노출이 많음에도 비교적 덜 야해 보여 일부 매장에서는 5월 초 매장에 입고되자마자 동나기도 했다.

타미힐 피거에서는 70~80년대 프릴이 달린 수영모자를 연상케 하는 '캉캉 수영복'을 내놓았으며, 엘르스포츠, 랄프로렌에서는 요트 위 해군을 연상시키는 마린 풍 수영복을 선보였다.

원색의 그래픽을 수영복에 옮겨놓은 에밀리오 푸치의 수영복을 비롯해 앤디 워홀의 팝아트 작품을 그대로 수영복에 담은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의 비키니 역시 대담하고 화려한 70-80년대 트렌드를 담았다.

남성 수영복으로는 여성 수영복과 같은 디자인으로 나온 제품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피도'에서는 흰색 바탕에 총천연색 줄무늬를 넣거나, 야자수 잎 무늬, 민속적인 무늬 등을 넣은 비치 수영복을 선보였다.

파란색이나 검정, 초록색 등 강한 색상 대신 올해는 흰색, 분홍색, 노란색 등 화사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색상의 수영복을 내놓았다.

'레노마' 역시 나뭇잎 모양을 모티브로 빨강, 파랑, 보라색 등 원색의 나뭇잎 무늬를 넣은 비치 수영복을 선보였으며, '아레나'는 지브라(얼룩말) 무늬의 섹시한 느낌을 주는 수영복을 내놓았다.

최근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길이가 긴 웨이크보드 스타일의 수영복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스포츠담당 강우진CMD(선임상품기획자)는 "올 여름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밝은 색상에 화려한 무늬를 넣거나 컷 아웃 스타일처럼 임팩트가 강한 스타일의 수영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