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시장 증시는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전의 주가를 속속 회복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은 아직 부진한 모습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증시는 지난해 10월 말 저점(29,435.11)에서 이달 8일 53,630.39까지 주가를 회복해 82.1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주가 수준을 거의 되찾았다. 인도와 중국 증시는 이 기간 주가가 각각 72.34%와 56.24% 뛰어 작년 8월 말 주가를 이미 넘어섰다. 브릭스(BRICs) 국가 중에서 러시아만 지난해 8월 말에 비해 주가가 40% 빠져 있다.

여기에 멕시코 아르헨티나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다른 신흥시장 증시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 주가 수준에 근접했다. 국내 증시는 코스닥지수가 이날 517.96에 장을 마쳐 작년 8월 말(470.28)보다 10% 이상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7% 정도 낮은 수준이다.

반면 선진국 증시는 미국과 일본 증시가 24% 이상 떨어져 있고,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20%대의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시장이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인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했고,위기를 극복하는 정부 정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서 이를 반영한 주가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의 국채 수익률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중국과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데서도 확인되듯이 신흥시장 정부가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해 경기 부양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증시 회복세도 돋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확대의 효과는 올 상반기가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등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증시 강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시장의 소비가 회복되지 않으면 신흥시장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