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를 생산하는 LS산전이 독일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인 인피니언과 손잡고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전력용 반도체 모듈 사업에 뛰어든다. 구자균 LS산전 사장은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아룬자이 미탈 인피니언 사장과 만나 합작사 설립을 위한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두 회사는 오는 8월 충남 천안에 자본금 400억원(2330만 유로)의 합작회사 LS파워세미텍을 설립,내년 1월부터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전력용 반도체 모듈을 생산하기로 했다.

◆국산 전력용 반도체 시대 열린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전력용 반도체는 모터를 효율적으로 구동시켜 전기 사용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냉장고 모터가 24시간 돌아가면 전력 손실이 크지만,전력용 반도체를 장착하면 온도에 따라 적절히 모터를 움직여 전기값을 30~40% 줄일 수 있다.

국내 가전회사들은 가전제품에 쓰이는 전력용 반도체를 만드는 국내 업체가 없어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LS산전은 합작사 설립으로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S산전이 만드는 것은 지능형 전력용 반도체 모듈이다. 전력용 반도체 칩을 인피니언에서 가져와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각 가전제품에 맞도록 새롭게 디자인하기로 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현재 전 세계 가전제품의 30% 정도만 전력용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인 IMS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력용 반도체 시장은 올해 127억달러에서 점차 성장해 2012년에는 156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인피니언과의 10년 인연

인피니언은 세계 7위의 종합반도체 회사로 전력용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선 세계 1위에 오를 만큼 경쟁력이 높다.

LS산전은 인피니언과 10여년 전부터 전력용 반도체 칩을 거래했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작을 검토하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인피니언이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일부 짓고 한국과 일본,대만 업체들을 대상으로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LS산전에 전해졌다. 마침 산업용으로 쓰이는 전력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던 LS산전은 곧바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인피니언측에 합작의사를 전달했다.

인피니언은 다른 5개사가 제안한 제안서를 물리치고 LS산전과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합작사 지분은 LS산전이 54%를 갖고 나머지 46%는 인피니언이 파워모듈 제품군인 CIPOS(Control Integrated Power System) 관련 지식재산권 라이선스와 기술,공정기술,생산설비 투자 형태로 보유한다. 인피니언은 합작사에 반도체 설비와 기술을 이전해주고 LS산전은 자금을 대기로 했다.

구자균 사장은 "합작회사는 2년 정도는 LS산전의 현금으로 운영하고,그 이후는 영업이익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연간 200만개를 목표로 천안에서 생산되는 전력용 반도체 모듈의 20%만 국내 판매하고 80%는 유럽과 미국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구 사장은 "지난 4월 산업용 전력용 반도체를 개발해 중국에 첫 수출한 데 이어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수입에만 의존해 오던 가전용 전력용 반도체 모듈 시장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룬자이 미탈 인피니언 사장은 "합작사 설립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고 합작 의미를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