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은 향상되고 소비전력은 크게 낮춘 텔레비전과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와 고유가로 전력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 가전 시장에서는 제품 기능과 함께 소비전력이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저소비전력 마케팅의 첨단에 서 있는 제품은 LED TV다.

LED TV는 기존 냉음극형광램프(CCFL) 대신 LED 소자를 광원(백라이트유닛)으로 사용한 LCD TV로, 기존 브라운관(CRT) TV나 LCD TV보다 훨씬 자연광에 가까우면서도 소비전력은 40% 정도 적다.

출시 초기 화질을 내세워 기존 LCD TV와 차별성을 부각시켰던 삼성전자는 최근 에너지관리공단과 제휴해 삼성 파브 LED TV 구매 시 1만 원을 고객 이름으로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는 저소비전력 마케팅에 나섰다.

'전기 먹는 하마'였던 에어컨도 올해 친환경 트렌드를 타고 절전 기능을 강조한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 '하우젠'과 LG전자 '휘센' 에어컨은 공간감지 적외선 센서와 인체 감지 로봇 기능을 적용해 불필요한 가동을 최대한 억제하는 기능을 갖춰 소비전력을 절반 이상 줄였다.

삼성전자가 4월 말 출시한 740ℓ급 '지펠' 냉장고는 고효율 단열재와 부품을 사용해 월 소비전력을 6%가량 줄였다.

이 제품의 월 소비전력은 국내 최저 수준인 35.6kwh다.

냉동실에 냉기를 불어 넣는 팬과 냉기가 흐르는 길인 유로 설계를 최적화해 최대한 냉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동양매직 식기세척기 클림(모델명:DWA 0625U)도 표준 세척 온도를 기존 제품보다 5℃ 높은 80℃로 올렸지만 1회 사용 시 소비전력은 다리미를 1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0.6kwh 정도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소비전력을 최대한 낮춘 TV, 노트북용 패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위크 2009' 행사에서 공개한 23인치 모니터용 패널은 소비전력이 5.7W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적 전력 제어(OPC) 기술을 채용한 제품과 화소(Pixel)에 RGB(Red, Green, Blue) 외에 흰색(White)을 더해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밝기를 높인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야외에서 백라이트를 끄고 자연광을 활용할 수 있는 14.1인치 노트북 컴퓨터용 LCD도 개발돼 양산을 위한 업체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EU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가전제품의 대기 전력을 1W 이하로 규제하는 'EuP(Energy-Using Products) 대기전력 규제안'을 시행하는 것도 저소비전력 제품 개발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정책도 친환경 녹색 IT로 바뀌고 있어 저소비전력 제품이 아니면 시장에 얼굴도 못 내미는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