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거래가격이 지난달에 비해 5%가량 크게 올랐다. 15일 단위 집계에서 이번만큼 가파르게 LCD 가격이 상승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LCD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위츠뷰는 6월1~15일 14.1인치 와이드 노트북용 패널의 거래가격이 54달러로 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4월에 비해서는 4달러,지난달 상순보다는 3달러가 올랐다.

모니터용 패널은 가격 상승폭이 더 크다. 3월과 4월 60달러였던 17인치 패널 가격은 지난달 상순 61달러,하순 62달러를 찍고 이달 1~15일 66달러까지 치솟았다.

TV용 패널의 가격 상승 속도도 빨라지는 추세다. 4월 상순 165달러에 거래되던 32인치 와이드 HD 패널의 가격은 2개월 만에 185달러까지 올라왔다. 가격 회복속도는 노트북과 모니터,TV용 패널 모두 크기가 작은 제품 쪽이 빠르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국내 LCD 업체들은 모니터,노트북 등 소형 패널의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TV 수요는 경기침체에도 불구,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 때문에 LCD TV 반제품인 패널의 가격도 원가 수준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IT 제품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수요가 뚝 떨어졌고 소형 패널 가격 역시 원가 이하로 폭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패널을 팔아 번 돈으로 소형 패널 부문의 손실을 메워왔다"며 "물건은 많이 팔지만 남는 것이 없는 식소다번(食少多煩)의 상황을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형 패널의 가격은 세계 IT 경기의 선행지수 역할을 한다"며 "IT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로 지난해 말 생산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던 대만 업체들의 생산량이 정상을 회복하는 6~7월께 갑작스런 공급 증가로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꾸준히 LCD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의 TV 수요가 예상 이상으로 빨리 늘어 대만에서 이뤄진 추가 공급물량을 흡수하고 있어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