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위의 자동차 공룡을 꿈꿨던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의 계획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최근 GM유럽의 오펠 · 복스홀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데 이어 크라이슬러와의 합병 역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미국 인디애나주 교직원퇴직펀드 등 연기금 3곳이 대법원에 크라이슬러 지분을 피아트에 팔지 못하도록 매각 반대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크라이슬러가 빚진 총 69억달러의 담보대출 채무 중 4250만달러를 빌려준 채권자들로,크라이슬러의 자산 매각이 선순위채권자인 자신들의 권리를 무시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상고에 따라 크라이슬러의 자산 매각은 9일(한국시간)까지 보류된다. 대법원이 소액 채권자들의 자산 매각 보류 신청을 기각하면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제휴 진행에 문제가 없지만 대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자산 매각은 미국 정부가 정한 시한인 15일을 넘겨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피아트의 재무건전성 등 때문에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제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정부가 피아트의 재정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제휴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증거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피아트의 신용등급을 '정크(투기등급)'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재무정보 제공을 꺼리는 피아트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