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엔 근거가 빈약"

지난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면서 지난해 급등과 급락을 오갔던 '롤러코스터'를 재연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원유가격은 배럴당 68.44달러로 마감했으나 한때 70.32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125달러 이상을 오갔던 작년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최근 몇 개월 간 원유가격은 작년보다 더 급격한 오름세를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8일 유가가 작년과 유사하게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의 위험에 대비해 석유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석유에 투자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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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원유 부족을 경제회복의 초기 징후로 여기고 있다는 것도 작년과 '똑같은 현상'의 이유로 들었다.

1년 전에도 원유 강세론자들은 중국. 인도의 석유 수요 급증으로 인해 수요가 공급을 능가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물론 작년과 올해에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작년엔 경제가 냉각되기는 했으나 경기침체가 아니었고, 전세계의 유가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대치에 가까운 원유를 생산해 냈다.

그에 반해 올해 국제에너지기구는 석유소비가 작년과 비교해 3% 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고, OPEC도 생산 능력보다 못 미치는 수백만 배럴만 생산해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유가격이 시장원리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반응에 따라 움직이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과 동일하게 급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할리우드에 위치한 상품중개회사의 한 사장은 "시장은 유가를 72.5달러까지 충분히 밀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급등 후의 조정도 마찬가지로 극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유가급등이 세계 경제가 빨리 회복하는 데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유가전문가인 톰 클로자는 유가가 오르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것을 더욱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가 떨어지면서 지출을 줄였던 석유기업들이 요즘 들어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의 석유회사 TNK-BP는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고, 석유 메이저인 엑손 모빌은 장기 대형 프로젝트 투자계획을 밝힌 상태다.

결국 이것이 공급 확대로 이어지고,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예상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석유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되고 나면 생산감소가 공급부족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서울=연합뉴스)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