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영향

금융팀 =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들이 잇달아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하고 이들이 내놓는 매물은 사모투자펀드(PEF)나 영토확장을 노리는 대기업이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 등 과거 공적자금 투입기업들도 매각 절차에 들어갔거나 매각을 앞두고 있어 알짜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매수자들의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대기업 계열사·자산 매각 본격화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이번 주 중순까지 금융권 차입이 500억 원 이상이면서 세부 신용위험평가 대상인 434개 대기업 중 30~35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지난 4월 말까지 1천422개 대기업에 대한 기본평가를 해 약 300곳을 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 미만 등의 사유로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주채권은행과 부채권은행은 각각 기본평가 불합격 판정기업과 올해 1월에 실시한 건설.조선 신용위험평가에서 A(정상), B(일시적 유동성 부족) 등급을 받은 기업 등을 상대로 세부평가를 실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주 중순까지 주채권은행과 부채권은행이 세부평가 결과를 두고 조율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출금액이 적은 부채권은행이 더 엄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만큼 조율과정에서 부채권은행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주채권은행이 B등급을 준 기업을 부채권은행이 C등급을 매긴 경우 부채권은행의 의견을 좀더 반영해주라는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대기업들은 자산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최근 주채권은행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한 금호.동부.동양.애경.GM대우.대주.대한전선.하이닉스.유진 등 9개 그룹도 조만간 계열사 혹은 자산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호은 계열사인 금호생명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다음 달까지 대우건설 풋백옵션(자산을 약정된 기일과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에 투자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지 못하면 이 회사도 내놓기로 했다.

동부는 알짜 계열사인 동부메탈과 계열 저축은행의 일부 지분 등을 매각하고 대한전선도 계열사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PEF 설립 활발..M&A 주도할듯

채권은행은 PEF를 조성해 대기업이 내놓은 계열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PEF는 특정 기업의 주식을 10% 이상 사들여 구조조정을 하거나 사업구조를 개편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얻는 회사다.

산업은행은 매물로 나온 계열사들을 PEF를 통해 시가에 인수해 3~5년 후 시장이 회복되면 높은 가격에 팔아 해당 기업에 남긴 차익도 돌려주고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할 방침이다.

기업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PEF 설립이 활발해지고 정부도 PEF의 활동을 돕고자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새로 설립된 PEF는 3곳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산업은행이 만든 '턴어라운드 PEF'를 비롯해 4개가 신설됐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자산도 인수할 수 있는 기업 재무안정 PEF 설립과 특정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뒤 합병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설립도 가능해진다.

대기업 집단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M&A 시장으로 끌어들여 기업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가 설립한 PEF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취득할 경우 15% 의결권 제한 규정을 5년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내용으로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 집단의 PEF 설립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적자금 투입기업도 매각 시동

하이닉스를 비롯해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하이닉스의 유상증자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이달 중 LG, SK, 현대중공업, 현대차, 한화, 포스코, KT, GS 등 잠재적 투자자에게 투자제안서를 발송하기로 했다.

이들이 인수 의사를 표명해올 경우 9월 중 입찰을 하고 12월까지 매각 종료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이나 국제 반도체 경기를 볼 때 언제가 타이밍을 좋으냐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 만큼 남은 것은 M&A뿐이다.

6월 말부터는 속도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매각 문제가 풀리면 순차적으로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루어졌던 기존 M&A와 새롭게 진행되는 구조조정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M&A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이라며 "규제완화 등에 힘입어 PEF가 M&A 시장의 주체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