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말~6월 초가 되면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와 각종 비과세 · 세금감면을 놓고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각 부처가 비과세 · 감면제도를 연장하거나 신설해달라는 요구서를 올리면 재정부는 주로 '깎자'는 입장이다. 비과세 · 감면은 주로 중소기업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많은 만큼 매번 재정부가 한발 양보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재정부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7일 "올해 세출이 크게 확대돼 재정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과거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평가할 것"이라며 "그동안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과도하게 비과세 혜택을 줬거나 세감면했던 것을 원위치시키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각종 비과세 · 감면이 늘어나면서 금액이 30조원으로 사상 최대"라며 "연말 시한이 끝나게 돼 있는(일몰) 제도 중 상당수는 연장하지 않고 폐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행 중인 비과세 · 감면제도는 모두 189개에 달한다. 대부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일종의 조세특례 조항들이다. 이 가운데 86개가 올해 말 끝난다. 지난해엔 34개 일몰 법안 중 14개가 폐지되고 20개가 연장됐다.

재정부는 우선 △비과세 · 감면 목적이 달성됐거나 △조세원칙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 △여건 변화로 지원 타당성이 낮아진 제도 등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과거 국회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선심성 특례제도 등은 정비대상 1순위다.

지난해 고유가 부담이 큰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던 경차(배기량 1000㏄ 미만)나 소형 화물차 등에 대한 유가환급 특례는 유가 안정으로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올해 말로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비과세 금융상품 특례도 일부 폐지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업 구조조정이나 중소기업 및 창업에 대한 조세지원은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에서 창업한 중소 · 벤처기업에 대한 법인 · 소득세 감면(50%) 기한은 이미 올해 말에서 2011년 말로 2년 더 늘리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자산부채 인수에 대한 법인세 과세특례도 기업 구조조정 촉진 차원에서 2012년 말로 3년 더 연장됐다. 장기주택마련저축 이자소득 비과세,장기 주식형펀드에 대한 소득공제 등도 유지될 전망이다. 일반주택의 취득세와 등록세 등 부동산거래세 50% 감면 조치는 내년 이후에도 계속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