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효율이 빌딩값 좌우하는 시대 온다"
"입지 보다는 에너지 효율이 얼마인가를 따지는 시대 온다. "(마이클 테일러 하니웰 부사장)
"거리 가로등만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도 원자력 발전소 15기를 짓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해리 바하 필립스전자 수석 부사장)

해외 친환경 전문기업 경영인들이 보는 '그린(친환경)'사업의 그림은 어떤 것일까. 최근 잇따라 방한한 세계적인 빌딩 솔루션 회사인 하니웰의 테일러 부사장과 필립스전자의 기후변화담당 바하 수석 부사장을 만나 이들 회사의 친환경 사업 구상을 들어봤다.

◆하니웰,"그린 빌딩 시장은 블루 오션"

하니웰은 미국 뉴저지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빌딩 솔루션 기업이다. 한국에는 1984년 LG그룹과 합작해 한국하니웰을 세웠다. 이 회사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테일러 부사장은 국내 빌딩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국내 업체들이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데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 빌딩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이 별로 없어 '블루 오션'이라는 설명이다.

하니웰은 최근 서울시청 별관의 에너지합리화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이 회사가 맡은 일은 기본 건물의 골격은 그대로 두면서 조명과 냉 · 난방 등 에너지 사용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간단하게는 창문에 보호 필름을 덧붙여 난방효과를 유지하는 일부터 IT(정보기술)를 바탕으로 한 건물관리 솔루션까지 담당하고 있다.

테일러 부사장은 "자동차 운전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는 27%에 불과하지만 빌딩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환경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 절감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점차 강해져 조만간 빌딩을 구입할 때 공실률,주변 입지를 묻기보다는 에너지 효율이 얼마냐고 묻는 일이 서울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스,가로등 시장에 주목

바하 필립스전자 기후변화담당 수석 부사장은 필립스의 '환경 전도사'다. 면도기 헤어드라이기 등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필립스전자는 2003년 본사에 기업 최초로 기후변화담당 부서를 신설했다. 세계 각 지역에 분포한 법인들의 사업을 분석해 친환경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그의 몫.그는 필립스가 지난 110여년간 해온 조명사업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바하 수석 부사장은 "수년 전만 해도 조명시장은 고리타분한 굴뚝산업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들어 LED(발광 다이오드)의 등장으로 대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형광등보다 에너지 소비가 6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LED로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반 조명 외에도 거리에 설치된 가로등을 주목했다. 바하 수석 부사장은 "서울시에 있는 가로등 한 개만 친환경 가로등으로 바꿔도 1년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132㎏이나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필립스전자 한국법인의 김태영 사장은 "국내 업체와 함께 국내 가로등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가로등을 교체해 연간 40% 정도의 에너지를 절감하면 원자력 발전소 15기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기업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조명"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