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7일 지난 1분기 통화유통 속도가 0.687을 기록,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통화유통 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 통화(M2)로 나눈 것으로 시중에 돈이 얼마나 빠르게 유통되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다. 통화유통 속도가 0.6대까지 내려온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경제를 살리려고 막대한 돈을 퍼부었는데도 정작 실물 부문에는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분기별 통화유통 속도는 2000년대 들어 0.8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07년 0.807에서 2008년 1분기 0.778로 하락한 뒤 2분기 0.769,3분기 0.748,4분기 0.703에 이어 지난 1분기에는 0.6대로 주저앉았다.

또 다른 지표인 통화 승수도 떨어지고 있다. 통화량을 본원 통화로 나눈 통화 승수는 지난해 10월 26.5에서 11월 26.3,12월 24.2,올해 1월 22.5로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2월에는 23.1로 소폭 상승했으나 3월에 다시 22.4로 하락했다. 통화 승수는 은행들이 신용창출 과정을 통해 얼마만큼의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하락했다는 것은 돈이 그만큼 돌지 않는다는 의미다. 통화유통 속도가 떨어진 것은 실물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데 반해 통화량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