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요건 충족 시한을 2년 연장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SK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위기 영향으로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한 계열사 지분매각이 어려워진데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도 여전히 미지수여서 지주사 요건 충족 시한을 늘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 차례 유예(2년) 신청을 할 수 있다.

SK는 2007년 7월1일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지주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계열사간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추진해왔다. SK는 당초 지주사 요건 충족시한인 이달 30일까지 SK C&C→SK㈜→SK텔레콤 · 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SK C&C를 상장할 방침이었다. 기존 주식을 내다 파는 방식으로 SK텔레콤과 네트웍스가 가진 SK C&C 지분(각각 30%,15%)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하지만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이 계획은 무산됐다.

SK증권 지분 매각도 SK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SK는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SK는 SK C&C 상장이 무산되자 그동안 국회에 계류돼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통과에 기대를 걸어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설립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SK의 기대와는 달리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이달 국회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유예신청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정위는 SK의 유예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유예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SK는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한 부담을 당분간 덜 수 있게 된다. SK C&C는 증시상황을 지켜보며 상장을 추진할 수 있고,SK증권 문제도 향후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