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알루미늄업체인 차이날코가 세계 2위 광산업체인 호주 리오틴토를 사들이려던 계획이 이 회사 주주와 호주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안티 시노(Anti-Sino · 반중국 감정)'가 중국 기업의 '쩌우추취(走出去 · 해외 진출)' 전략에 장애물로 부상했다.

5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리오틴토는 전날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차이날코와의 계약을 파기,위약금으로 차이날코 측에 1억9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라이벌 기업인 BHP빌리턴과 합작회사를 세워 호주에서의 철광석 사업을 통합하기로 했다. BHP빌리턴은 호주와 영국의 합작사다.

차이날코는 당초 리오틴토와 195억달러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차이날코는 이 중 72억달러로 리오틴토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하고,나머지로는 리오틴토의 광산 지분을 사들일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호주 정부와 주주들이 반발하며 인수 시도가 꼬였다. 호주의 간판 자원회사들이 잇따라 중국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데 대한 거부감이 확산된 것이다. 호주 야당인 국민당을 이끄는 버너비 조이스 상원의원은 "100% 공산당 소유의 중국 국영기업들이 호주의 일부분과 광물을 사들이고 있다"며 "우리는 매각 수수료에 의지해 겨우 살아갈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따라 차이날코는 기존 계약을 긴급 수정,보유 지분율을 18%가 아닌 15%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안티 시노' 분위기를 깨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리오틴토는 차이날코 대신 한때 리오틴토를 적대적으로 M&A(인수 · 합병)하려 했던 BHP빌리턴과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중국과의 협력 대신 비록 라이벌이지만 같은 호주업체와 손잡기로 한 것이다.

리오틴토 측은 차이날코와 협력을 논의할 당시만 해도 4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 자산 매각이었지만 최근 철광석 가격이 안정되고 있어 다양한 옵션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오틴토는 유상증자를 통해152억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표면적 이유와 달리 차이날코와 결별한 것은 여론의 압력이 더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지난달 초 호주 성인 11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중국이 호주 광산기업을 사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호주 정치권에서도 중국의 호주 자원 싹쓸이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외국인투자 승인 규정을 강화해 차이나 자본의 공세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국 우쾅그룹이 호주 광산업체 OZ미네랄을 17억달러에 인수하려던 계획이 일부 수정을 거친 뒤에야 겨우 성사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OZ미네랄의 아연 광산 인근에 미국과 호주의 최첨단 위성감시 · 전파탐지 장비가 있어 만일 이 광산 일대가 중국 측에 넘어갈 경우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결국 우쾅그룹은 인수 대상에서 이 지역 광산을 제외해야만 했다.

중국 회사가 해외 기업을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는 적지 않다. 석유회사인 중국해양석유가 2005년 미국 유노칼을 185억달러에,같은 해 가전업체 하이얼이 메이텍을 12억8000만달러에 사들이려다가 불발로 끝났다. 당시 미국에선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걸었다. 중국의 국부펀드인 CIC가 지난해 유럽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한 이면에는 '안티 시노' 분위기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AP통신은 이와 관련,이번 리오틴토 인수 건은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사안인 만큼 양국 간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