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브랜드가 '양지'로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 업체에 머물던 대만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독자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휴렛팩커드(HP) 애플 등 고객사들과 경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국적기업과 대만 기업들 간 공생 관계도 깨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브랜드 인 대만(Brand in Taiwan)'을 선도하는 업체로는 △인터넷 사용에 특화한 초경량 노트북PC인 넷북을 개발한 아수스텍 △델을 제치고 HP에 이어 세계 2위 PC업체로 성장한 에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을 채택한 스마트폰을 처음 개발한 HTC 등이 꼽혔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타이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IT전시회인 '컴퓨텍스 2009'도 이 같은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부품 전시회 수준에서 대만의 독자 브랜드 제품을 알리는 전시회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IT업체들은 신기술 획득을 위해 디바이스VM 등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대만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넷북 시장에서 아수스텍과 에이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분의 2에 이른다. 아수스텍은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PC업체다. 기존 메이저 PC업체들마저 아수스텍이 만들어낸 넷북 시장에 속속 뛰어들 정도다.

대만 기업들은 특히 양안(兩岸 · 대만과 중국) 관계 개선을 활용,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디딤돌로 브랜드 파워를 높여나간다는 전략이다. HTC가 스마트폰인 구글 폰을 올 여름 중국 시장에 선보이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대만에 파견된 중국 구매사절단은 22억달러어치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국의 대만 제품 사주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민호 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대만 정부는 궁극적으로 세계 100대 브랜드에 대만 브랜드를 진입시킨다는 목표 아래 브랜드 투자 펀드 설립과 인재 육성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