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화가들에게 작업 공간(창작 스튜디오)을 잇따라 제공하고 나섰다. 작가들에게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대신 기업은 이미지를 개선하고,신제품의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등에서 자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아트센터는 유망 작가가 전 세계 미술 1번지인 뉴욕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두산레지던시 뉴욕' 프로그램을 최근 가동했다. 제1기 입주 작가로는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단독 전시를 열었던 조각가 이형구씨(39)와 올해 아라리오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정수진씨(39),2008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에 초대받았던 최우람씨(38) 등이 선정됐다. 두산은 이들로부터 '감성 경영'에 대한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경기도 송추에 330만㎡ 규모의 '아트 밸리'를 조성 중인 크라운 · 해태제과는 지난 2월 경기도 송추 인근의 모텔 2채를 매입해 창작 스튜디오 '아틀리에'로 개조한 뒤 조각가 최성철씨를 비롯 염시권 유둘 강덕봉 정국택씨 등을 입주시켰다. 윤영달 크라운 · 해태제과 회장은 "앞으로 아틀리에에 입주한 작가들의 예술적 감흥을 최대한 끌어 내 신제품 디자인에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2007년 창업주 채몽인 선생의 서울 신당동 고택(故宅)을 창작 스튜디오 '몽인 아트스페이스'로 만들어 작가를 직접 길러 내고 있다.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가들을 국내외 화단에 소개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신예 작가 박기원씨를 비롯해 박화영 홍정표 정승운 김윤호 이호인 안두진씨 등 6명이 이곳에 입주해 왕성한 작업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스위스 사진작가 크리스토 프리,이탈리아 사진작가 스지 블러를 초청해 입주시킬 예정이다.

이 밖에 의류업체 쌈지(서울의 쌈지스튜디오),대유문화재단(경기도 광주의 경안창작스튜디오),금호그룹(이천스튜디오) 등도 유망한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고 있다. 또 가나아트센터 선화랑 등 일부 화랑들도 '창작 스튜디오'를 통해 작가를 길러 내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