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엔 유난히 국산 신차가 많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신차가 나오는 것은 즐거운 일이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모델이 나오는데다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지니까요.

다만 신차 출시 직전에 구형 모델을 샀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사자마자 옛 모델로 전락하기 때문이죠.

자동차 회사들은 보통 신차 출시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칩니다. 앞서 언급한 '역신차 효과'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신차가 나올 것에 대비,구매를 미룬다는 겁니다.

신차가 나오면 종전 모델보다 가격이 좀 올라가지만,연비가 향상되는 게 보통입니다. 가격을 빼놓고는,디자인 성능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구형 모델보다 떨어지는 점이 거의 없지요. 신차 출시 일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먼저 나올 신차는 오는 11일 출시될 기아자동차 포르테 쿱입니다. 기아차 최초의 쿠페(차량 뒤쪽이 낮은 날렵한 세단)인데,일반 세단인 포르테(1600cc)와 달리 2000cc 버전을 추가한 게 특징입니다.

문짝이 2개인 4인승 차량인데,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능동형 머리받침,자동조명 조절장치 등 첨단 안전장비를 기본으로 장착했습니다. 가격은 1400만~1800만원 선으로 예상됩니다. 세단 포르테와 비슷하거나 50만원 가량 높은 편이죠.

다만 쿠페가 일반적으로 달리기 성능을 강조하기 마련인데,이런 점에선 좀 약한 편입니다.

경주차에 흔히 쓰이는 버킷시트를 얹어도 달라지진 않지요. 2.0 모델엔 터보 엔진을 달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4단 자동변속기란 점도 좀 걸립니다.

덕분에 좋은 점도 있습니다. 통상 쿠페나 스포츠카는 보험료가 세단보다 30% 이상 비싸기 마련인데,포르테 쿱의 경우 일반 세단과 동일한 보험료가 적용됩니다. '세단'으로 인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출시는 11일이지만,실제 출고는 7월부터 가능합니다.

그 다음에 데뷔할 모델은 르노삼성의 뉴 SM3입니다. 7월 초 공식 데뷔하는 게 목표이죠.

차체가 종전 SM3보다 훨씬 커진 게 특징입니다. 1600cc급 준중형 세단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큽니다. 르노 준중형 해치백인 뉴 메간을 기반으로 제작했죠. 차체가 커졌는데도 1등급 연비를 실현했습니다. 종전 SM3가 ℓ당 13㎞ 밖에 달리지 못했는데,새 모델은 15㎞를 주행합니다.

이미 지난 달 중순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에,출시 직후 소비자 인도가 가능합니다. 향후 뉴 SM3 쿠페형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뉴 SM3 1.6과 2.0 모델을 내놓을텐데,2.0의 경우 국산 세단 중 유일하게 무단변속기(CVT)를 얹을 예정입니다. 주행성능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 같습니다.

다만 국산 준중형 중 가장 저렴했던 SM3와 달리 가격이 상당폭 올라갈 게 분명합니다.

회사 측은 뉴 SM3가 나오더라도 구형 모델을 계속 생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차종이 4개에 불과한 르노삼성 상황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신형 모델이 판매되는 상황에서 구형 모델을 살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다음 달 중순엔 현대차의 첫 양산형 하이브리드카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선보입니다. 공식 연비가 17.2㎞/ℓ로 돼 있는데,액화석유가스(LPG)를 주 연료로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하이브리드카=최고 연비'를 생각했다면,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가격은 2000만원 안팎으로 전망됩니다.

기아차도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내놓습니다. 현대·기아차 연구소가 통합돼 있기 때문에 겉만 다를 뿐,속은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같지요.

당초 아반떼 하이브리드 출시 2개월 후인 9월 중 선보일 예정이었는데,내부적으로 1~2개월 앞당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늦어도 8월엔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오는 8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 후속모델(프로젝트명 LM)을 내놓습니다. 당초 내년 5월께 선보이려던 차량인데,출시 일정을 앞당기는 겁니다.

올 9월엔 차세대 베스트셀링카를 예약하고 있는 현대차의 쏘나타 후속모델(프로젝트명 YF)이 나옵니다. 차명이 'YF쏘나타'로 잠정 결정된,쏘나타의 6세대 버전이죠.

제네시스와 닮았고 차량 뒤쪽이 낮은 쿠페 스타일입니다. 현대차 중형 세단 중 처음으로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지요. 가솔린 2.0 및 2.4 엔진이 기본형입니다.

GM대우는 9월께 경차 마티즈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M300)을 출시합니다. 차세대 마티즈로 불리고 있는데,해외에선 '시보레 스파크'로 팔릴 겁니다.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최근 M300을 당초 계획대로 정상 출시할 것이라고 확언했습니다. (다만 GM대우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탓에,준대형 세단 VS300(프로젝트명)과 미니밴 올란도 출시는 1~2년 미뤄졌습니다.)

M300은 종전 마티즈보다 높아진 출력과 연비 덕분에 출시 직후부터 신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차는 준대형 세단인 VG(프로젝트명)를 올 11월 말 선보입니다. 오피러스보다는 아래이지만,현대차 그랜저보다 조금 윗급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2.4ℓ,2.7ℓ,3.5ℓ 등의 엔진이 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정일희 기아컬러팀장을 만났더니,총 8개 색상으로 만들 거라고 했습니다. 종전에 볼 수 없던 흰색 바탕에 진주색 입자를 넣은 색상을 처음 적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아차는 또 12월 다목적 소형 미니밴인 YN(프로젝트명)을 출시합니다. YN은 시험 목적으로 국내에도 일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본 적이 있는데,작은 차체에 둥근 지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일단 국내가 아닌 유럽에서만 출시될 예정입니다.

르노삼성은 올 12월 SM5 후속모델(프로젝트명 L43)을 내놓습니다. SM3처럼 닛산 대신 르노(뉴 라구나 기반) 플랫폼을 씁니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날렵한 스포츠세단의 분위기를 강화했습니다. 닛산 무단변속기(X트로닉 CVT)를 장착합니다. 국내에선 쏘나타에 대항할 유일한 중형 세단인 만큼,회사 측이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지요.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에쿠스 리무진을 추가할 계획인데,몇 월에 내놓을 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3.8 및 5.0 등 두 종류입니다. 5.0 모델은 국내 최대 배기량인데,가격은 1억3000만원을 호가할 겁니다. 에쿠스 4.6 세단이 세운 종전 최고가 기록(1억520만원)을 스스로 갈아치우는 셈입니다.

기아차는 내년 4월 로체 이노베이션의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TF)을 내놓습니다. 기아차 고위 임원은 "로체 후속이지만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내수에선 SM5를 확실하게 제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더군요.

곧이어 5월께 현대차가 그랜저 후속모델(프로젝트명 HG)을 출시합니다. 중대형 차급을 석권한 차량이어서,어떤 모습을 갖고 재탄생될 지 기대됩니다. 예전에 외부의 디자인 전문가를 만났더니 국산차 중 그랜저 디자인을 최고로 꼽더군요.

쌍용차는 기대를 모으던 소형 SUV인 C200(프로젝트명)을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당초 올 9월에서 11월30일로 한 차례 미뤘는데,자금 사정 때문에 또다시 연기했습니다.

어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에게 물어보니,"노조 파업 등의 영향으로 지난 1~2개월 생산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신차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하더군요. 쌍용차 사태 결과에 따라 C200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엔 쏘나타의 첫 가솔린 하이브리드카가 나옵니다. 전략시장인 북미지역에 먼저 출시한 뒤 국내에 내놓는 방식을 택할 것 같습니다.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미국에 먼저 내놓지 못하지요. 현대차가 글로벌카로 삼는 모델인 만큼,연비 성능 등의 면에서 상당히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술로 로체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습니다. 이 차량의 경우 북미지역엔 수출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차별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밖에 내년엔 6월께 싼타페 후속(프로젝트명 DM),9월께 오피러스 후속(프로젝트명 CH),11월께 프라이드 후속(프로젝트명 UB),12월께 모닝 후속(프로젝트명 JA) 등이 줄줄이 나옵니다.

내년 말까지 선보일 국산 신차를 소개해 드렸는데요,꼭 이 일정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품질 점검 문제로 늦추거나,시장여건상 앞당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차 구입을 고려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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