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금융중심지 런던 시티.뉴욕의 월가와 함께 세계 양대 금융허브로 꼽히는 이곳의 수장인 알더만 아인 루더 런던시티 시장은 지금 중국에 있다. 그가 영국 금융회사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달 29일부터 2주일정으로 베이징 상하이 충칭 홍콩 등을 도는 이유는 뭘까.

지난 3일 상하이에서의 루더 시장 발언에서 이번 방중 목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상하이에서 영국 기업들이 위안화 채권(일명 '판다본드')을 발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중국에서 35억위안(약 6300억원)규모 판다본드 발행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HSBC가 홍콩에서 외국기업으로는 처음 중국 정부로부터 판다본드 발행을 승인받은 데 이은 것이다. 루더 시장으로선 중국에 진출한 영국 기업이 현지에서 차이나 머니를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여건 만들기에 나선 셈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중순 런던을 찾은 왕치산 중국 부총리와 양국 기업의 상호 증시 상장에 합의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외국 기업의 상하이증시 IPO(기업공개)를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일찌감치 차이나 머니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한국 정부보다 1년 앞선 2003년부터 중국에서 차이나 머니 유치 행사를 갖기도 했다. 중국이 해외투자에서 대국이 될 것임을 간파한 전략이다. 실제 중국의 해외투자는 올해 800억달러를 넘어 처음으로 외자유치액을 넘어설 것(차이나데일리)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의 차이나 머니 '구애'는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중국 건설은행이 런던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킨 데 이어 농업은행도 런던에 지점 설치를 추진 중이다. 루더 시장은 전날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를 방문한 후 "CIC가 영국 은행들에 투자하는 건 좋은 뉴스"라며 CIC가 영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기업에 해외 투자자금을 대주는 중국 국가개발은행 직원이 비자를 제때 받지 못해 투자 프로젝트 심사를 위한 입국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거래소는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유치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다. 차이나 머니 활용에 대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