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의 수급 상황은 양호한 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지만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이 올 들어서만 10조원 넘게 사들이는 '실탄'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개인들의 주식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횡보하는 상황이다. 지난 4월15일 사상 최고치(16조472억원)를 경신한 후 15조원을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의 유동성은 국내보다는 해외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선진국의 풍부한 유동성은 한국으로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투자펀드엔 11주째 자금 유입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돌파한 후 국내 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서는 순유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한 지난 3월 260억원이 국내 주식형으로 들어온 다음엔 2개월 연속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 4월 3452억원에 이어 지난달 9687억원이 출금되는 등 순유출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기간 순유출은 기관투자가들이 중심인 사모펀드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사모펀드는 국내 주식형 전체 설정액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4월 순유출의 32%, 지난달 순유출의 70%나 차지했다. 사모펀드 자금 유출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기관투자가 전체로도 지난 2개월간 9조910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을 포함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0조723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에는 거꾸로 자금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주(5월21~27일)까지 한국 관련 4개 글로벌펀드로 11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

전 세계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로 최근 4주간 43억3600만달러가 순유입된 것을 포함해 올 들어 116억6500만달러가 들어왔다. 아시아펀드(일본 제외)와 퍼시픽펀드도 올 들어 각각 74억9900만달러와 4억300만달러가 들어왔다.

인터내셔널펀드는 연초 이후 39억3500만달러가 순유출된 상태이지만 최근 4주간은 21억36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신흥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예탁금은 제자리 걸음


코스피지수가 3월 초보다 400포인트 이상 올라오면서 고객예탁금의 자금 유입은 주춤한 상태다. 지난 3~4월 펀드 수익률에 실망한 개인들이 원금 회복을 위해 직접 투자에 뛰어들면서 고객예탁금은 한 달 보름 만에 6조원이나 불어나 4월15일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말에는 14조2000억원대까지 밀린 후 15조원 근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신용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조8976억원으로 올 들어 2조3916억원이나 증가했으며 지난달에도 5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 6월 말 이후 11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실질적인 자금 유 · 출입은 정체된 가운데 개인들의 순매수와 순매도에 따라 예탁금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