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제외하면 다른 경기지표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도 미국 GM 파산과 북한 핵실험 등 잇단 악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한 내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일 한국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가 핵실험 직후인 지난달 25일 148bp(1bp는 0.01%포인트)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CDS란 채권이 부도나면 이를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이다. CDS 가산금리가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부도 위험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시장도 최근 악재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날도 강보합을 보이며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더욱이 주목할 만한 부분은 외국인이 지난달 15일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며 이날까지 모두 3조5298억원어치를 사들였다는 점이다.

경기지표도 나쁘지 않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 1월 이후 넉 달 연속 플러스(전월 대비)이며 경기선행지수도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중상층의 구매력이 증가하는 등 소비심리도 회복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 등 시장 참여자들도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기가 곧 기회'라는 시각으로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면서 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도 기여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근 경기지표 개선이 작년 하반기 이후 유지돼 온 '고환율 효과' 때문이지 국내 경제 펀더멘털(내재가치)이 개선됐기 때문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