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문기업 차앤박화장품(대표 이동원)의 홈페이지 제품 소개란은 여느 화장품 회사와는 판이하다. 한자와 각종 전문 용어가 섞여 이해하기 어려운 글귀가 아닌,간단히 몇 컷의 만화로 화장품에 대한 특징과 효능이 소개돼 있어서다.

제품 설명 만화를 그린 '작가'는 바로 이동원 차앤박화장품 대표.이 대표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 초부터 특정 제품 몇 가지에 대한 특징과 효능을 설명하는 만화를 실은 이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0% 이상 늘어났다"며 "이해가 쉬우니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이 생기고 선호도도 커진 듯싶다"고 말했다.

현재 차앤박화장품이 만화로 제품 설명을 하는 품목은 비비크림과 여드름 치료제 등을 포함한 4개.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회사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특성과 효능을 설명하는 만화를 그려 홈페이지에 게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의 2배인 약 300억원어치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 기능을 합성한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s) 제품인 주름개선 크림,항산화 · 노화 방지 크림 등의 국내시장 점유율도 현재 약 20%에서 30% 선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 대표가 만화로 제품 설명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원장으로 있는 차앤박피부과 청담점에 다니던 한 환자의 불만을 듣고 난 것이 계기가 됐다. 처방해 주는 약은 물론 피부질환 치료 보조제로 사용하던 회사 화장품의 효능에 대한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였던 것.이 대표는 "쉽게 알릴 방법을 궁리하다 만화를 떠올렸다"며 "환자들의 반응이 좋아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만화에 관한 이 대표의 내공은 깊다. 그는 대학(가톨릭의대 82학번) 시절인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약 3년간 교내 학보인 '성의학보'에 만평을 기고했다. 주인공인 '까돌이'는 현재 차앤박화장품 홈페이지에 있는 제품 설명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피부과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는 '족보'를 만화로 그려 쓰다가 후배들에게 물려 줬는데 후배들이 3년 연속 전국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쉬운 제품 설명으로 호평을 얻는 차앤박화장품은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총 직원 26명 중 50%인 13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고 순익의 50% 이상을 R&D에 투자한다.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약 50가지.2005년에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박피 제품으로 약 70억원어치를 파는 '대박'을 냈고 지난해에는 특허받은 8가지 항산화 성분이 포함된 노화방지 크림 '사이토리페어 안티에이징 포뮬러'를 출시,국내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가 우주로 가져가는 화장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비누 성분이 포함되지 않아 피부 자극이 적은 폼 클렌징 및 피부에 바르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으며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화장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신개념 비비크림 등의 제품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진료하랴,경영하랴 바쁘지만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짬짬이 제품 설명을 만화로 그리고 있다"며 "피부과 의사로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