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증가로 3개월 연속 쌀값 하락

지난해 풍년으로 쌀 재고량이 크게 늘면서 쌀값 하락세가 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수요량이 공급량을 앞서는 늦은 봄과 초여름에는 일반적으로 쌀 가격이 오르지만, 5월초 현재 지난해 수확기(11~12월)보다 오히려 쌀값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5일 현재 80kg 산지정곡가격은 15만9744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가격 16만1986원보다 2242원 떨어졌다. 전월대비로는 1069원이 하락했다.

80kg 산지정곡가격은 지난 1월 16만1976원에서 2월 16만2188원으로 수확기 이후 소폭 오름세를 유지했으나 ▲3월 16만1963원(전월대비 -225원) ▲4월 16만813원(〃 -1150원)으로 석달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적으로 1~5월에는 쌀값은 전년도 수확기보다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한다. 지난해의 경우 2008년 5월 5일 기준 80kg 산지정곡가격은 15만7984원으로 전년도 수확기 15만251원보다 7733원이 올랐다.

이처럼 쌀값이 3개월 연속 하락하는 것은 쌀 풍작으로 인한 산지 유통업체들의 재고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농협에 따르면 산지유통업체들의 올해 4월말 현재 쌀 재고량은 117만8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지난해보다 33.7%, 비RPC 농협 66.0%, 민간RPC 8.7% 늘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쌀 재고량 증가는 지난해 수확기 매입량이 는 반면 주요 쌀 구매자인 대형급식업체와 식자재업체의 쌀 구매량이 크게 줄어 쌀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4월말 현재 농협RPC의 쌀 판매량은 39만4000t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만3000t 감소했다.

또 올해 양곡연도(2008년 11월1일~2009년 10월 31일) 민간부분 시장공급량이 지난 2007년보다 7.0% 증가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농협은 설명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전년도보다 43만5000t 늘었고, 올해 쌀 수입량도 1만6000t 증가해 전체 쌀공급량은 지난해 4월보다 45만1000t 정도 증가했다.

쌀공급량은 증가한 반면 소비량을 매년 줄고 있는 것도 쌀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곡연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2006년 78.8kg에서 2007년 76.9kg, 2008년 75.8kg로 줄었다. 농협은 올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74.3kg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산지유통업체들의 쌀 재고 확대로 쌀 생산 농가들은 올 가을 쌀 판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협은 지난해 수확한 벼 가운데 시장 수요를 초과하는 10만t을 정부가 수매해주기를 건의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벼 투매가 촉발될 경우, 쌀값 추가 하락을 가져와 올해 벼 수확기 쌀값 하락은 물론 산지농협의 매입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쌀 재고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 및 농협RPC를 돕기 위한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4일부터 10일까지 '양도농협 강화섬쌀'(20kg)을 정상가보다 10% 저렴한 4만7500원에 판매한다. 수도권 점포에서는 6월 한달간 '함열농협 익산순수미' 판촉행사를 진행한다. 향후 송산, 안중농협 등 충청·경기지역의 지역농협과 제휴해 쌀 행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농협은 지난 2007년부터 대한YWCA연합회와 함께 '얘들아! 밥먹자'라는 슬로건 아래 쌀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행사는 청소년들의 아침밥 먹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달 19일 서울 봉은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전국 28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진행된다.

이밖에 농협은 2008년산 쌀을 올해 9월까지 다 팔아 재고를 제로로 만들자는 '팔구제로' 캠페인과 '임직원 쌀 30만포 팔기 운동', '1인1사 쌀 수요처 개척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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