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크라이슬러 등의 구조조정을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소형차 경쟁이 한층 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 · 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 폭스바겐그룹 등 기존 소형차 강자들이 연비 개선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소형차 생산 · 판매에 소홀했던 미국 빅3마저 잇따라 소형차 육성 계획을 내놓고 있어서다.

GM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시보레 등 우량 4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형차 생산 및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내년 중 준중형차인 시보레 크루즈(한국명 라세티 프리미어)를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말에는 2011년부터 고효율 소형차를 미국 공장에서 직접 연간 16만대씩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크라이슬러가 에너지 절약형 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피아트와 제휴를 맺는 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차 경쟁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유기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판매망을 활용해 '피아트 500' '푼토' 등 경쟁력 높은 소형차를 미국 시장에 조만간 투입할 전망"이라며 "미국 시장의 소형차 경쟁이 한층 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생존의 길을 걷고 있는 포드 역시 지난달 초 계열사인 마쓰다를 활용한 소형차 강화 전략을 내놨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소형차 경쟁력이 핵심 요인이다. 소형차 판매 비중이 60%를 넘는 폭스바겐은 올 1분기 143만대를 판매,작년 글로벌 판매 4위에서 2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현대 · 기아차가 작년 말 5.1%였던 미국 시장 점유율을 올 1분기 사상 최고치인 7.5%로 끌어올린 것도 소형차 경쟁력이 바탕이었다.

미국 빅3 및 피아트 등이 소형차 경쟁에 새롭게 가세하면서 글로벌 업계의 판도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대 · 기아차는 짧게는 1년,길게는 2~3년 후 미국의 강력한 경쟁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소형차의 품질,생산원가,판매 서비스 등을 더욱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