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모토마치공장 생산관리부 한켠엔 몽당연필을 모으는 나무상자가 있다. 여기 모인 몽당연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볼펜대에 끼워져 직원들에게 다시 지급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몽당연필까지 재활용하기 시작한 건 작년 11월부터다. 기노시타 미쓰오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긴급 수익개선위원회가 구성돼 아낄 수 있는 비용은 뭐든지 아끼자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공장에선 더러워지면 버리던 작업용 목장갑을 빨아 쓰고 있다. 사무실에선 컬러 프린터가 사라졌고 복사지도 이면지를 사용한다. 엘리베이터는 절반만 가동되고,화장실의 손 말리는 에어 드라이어는 모두 코드가 뽑혔다. 비용 절감에 지독하기로 유명한 도요타답게 마른 수건도 쥐어짜고 있는 것.그만큼 현장의 위기의식과 긴장감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차

회사 측은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임원들의 급여 10%를 자진 삭감했고 경상예산을 20% 이상 절감해 운영 중이다. 1분기 15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환율 효과에 힘입은 것으로,환율을 1200원대로 계산하면 이익이 사실상 '제로(0)'로 바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올 임.단협을 시작하면서 임금 동결을 제안했다가 노조 측으로부터 "사측의 도전적 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원색적 비난만 들었다. 노조는 오히려 기본급 5.5%(8만7709원)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덜 일하고 더 받는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및 월급제 시행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비용 절감 및 위기의식 공유 등을 위해 현장 근로자에게 근무복과 안전화,작업조끼 재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호응도는 그저그렇다"며 "위기감은 본사 경영진의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시(일본)=차병석 특파원/울산=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