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이 경기침체와 노동당 지지도 추락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일 고든 브라운 총리가 오는 4일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진 후 달링 재무장관을 경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다가 하원의 부당 비용 청구 스캔들이 겹치면서 집권 노동당의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기 재무장관 후보로는 에드워드 볼스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경제는 작년 3분기 -0.7% 성장을 시작으로 4분기(-1.6%)와 올 1분기(-1.9%)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63.6%로 치솟았고 재정적자도 GDP의 12.4% 규모인 1750억파운드에 달한다. 경제난 타개책으로 영국 정부는 1750억파운드 규모의 양적완화와 0.5%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산업 근간인 금융권이 흔들리면서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달링 재무 장관은 지난달 연봉 15만파운드 이상 고소득층 소득세율을 50%로 높이는 세제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영국 경제가 연말부터 회복세를 타 내년엔 1.25% 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최근 이 같은 달링 재무장관의 낙관적 전망이 지나치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더 타임스는 브라운 총리가 이 같은 경제 실책에 대한 책임을 달링 재무장관에게 돌림으로써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하원 의원들의 주택수당 등 비용 과다 청구 스캔들이 터지면서 달링 재무장관은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그는 주택수당을 이중으로 청구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더 타임스는 달링 재무장관이 사퇴하면 지난달 19일 물러난 마이클 마틴 하원의장에 이은 두 번째 경질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더 타임스가 조사한 지지도 관련 설문 결과 집권 노동당은 지난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26%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보수당은 39%,자유민주당은 22%로 나타났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