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앞다퉈 설정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기업들을 겨냥한 대형 사모투자펀드(PEF)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 PEF는 종전과는 달리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고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거나 부실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재무안정 PEF'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1일 정부가 하반기에 도입할 재무안정 PEF 출범에 대비, 최대 2조원을 투자키로 하고 이 자금 운용을 맡을 운용사 8곳의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은 전환사채 교환사채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주식과 채권의 중간상품에 투자하는 중위험 펀드)' 운용사 6곳을 선정해 500억~2000억원씩 투자하고 기업 부실채권과 자산을 인수하는 부실채권펀드 2개사엔 각각 3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민간 자본을 기업 구조조정에 끌어들이기 위해 운용사가 출자금액을 늘릴 경우 이 출자액의 2배까지 투자자금을 늘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PEF에 국내외 대규모 자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 재무안정 PEF를 도입하기 위한 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관측이다.

실물투자 전문인 마이어자산운용(회장 이근경)은 해외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1조원 규모의 PEF를 조성,최근 금융감독원에 등록했다. 이 PEF는 MBK파트너스(1조5000억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산업은행도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턴어라운드 PEF'를 만들어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산은은 또 동부메탈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참여할 대형 PEF를 이르면 이달 중 추가로 설정할 계획이다. 이 PEF에는 최근 산은과 손잡은 미국 PEF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주엔 증권사 한 곳이 500억원 규모의 소형 PEF를 조성하는 등 구조조정시장에 대한 국내 민간 자금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의 구심점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자금인 PEF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면서 "특히 블랙스톤 KKR 등 글로벌 PEF들의 잇단 참여는 국내 구조조정시장에 대한 투자가 유망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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