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국내 부품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GM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업체는 만도 등 200여 곳,작년 거래 규모는 약 14억달러에 달한다. GM 한국구매본부가 국내 주요 거래업체에 미수 채권을 100% 변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 물량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국장)은 1일 "GM이 4월 말까지 납품 물량에 대해선 지난달 29일 이미 결제를 끝냈고,5월 납품 물량은 7월2일 결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돈 떼일 일'은 없다는 얘기다.

만도 관계자는 "GM으로부터 미수 채권에 대해 100% 변제하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 GM 전기자동차(시보레 볼트)의 배터리 공급자로 선정된 LG화학은 "납품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M의 파산보호신청 이후 설립될 '뉴GM'이 저가 소형차,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차량 생산에 주력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60일간 공장을 멈췄던 크라이슬러와 달리 GM은 공장을 계속 가동하기로 한 점도 불행 중 다행이다. 강상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부품업체 대부분이 현대 · 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출 비중이 낮은 게 오히려 약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GM의 파산 가능성이 몇 달 전부터 점쳐지면서 거래 규모를 대폭 줄였다"고 덧붙였다.

당장 큰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미국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서 GM 의존도가 높은 일부 중소 부품업체들은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대(對) 미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9% 줄었다.

박동휘/이정선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