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적자를 오바마 대통령만큼 걱정하는 사람도 없다. "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한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1일 베이징대에서 행한 강연에서의 일성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로 인해 미 국채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중국 지도부에 대해 '안심해도 좋다'는 말을 건넨 것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미국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에서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후진타오 주석,원자바오 총리 등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 국채를 계속 사도 문제없다'며 달러자산의 안전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의 첫 중국 방문이 이른바 '채권지려(債券之旅 · 채권을 위한 여행)'가 된 셈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자"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오랜 기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한 것처럼 중국과도 새로운 협력관계를 맺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무역불균형으로 인해 대립했던 관계를 정리하고 서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출발을 하자는 뜻이다.

미국 입장에선 당장 중국의 자금과 시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이 계속 미 국채를 매입하면서 자금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경기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며,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미국산 상품을 내다 팔아야 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계속 늘면서 미 국채 가격이 폭락,올 들어서만 이미 5.1%의 손실을 보는 등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23명의 중국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7명이 '미 국채는 투자대상으로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