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 등 실물경제활동은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2, 3일 이틀간 한은 주최로 열리는 '신용위기에 관한 논의의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주제의 '2009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개회 연설을 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은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심화된 선진국 신용위기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전세계적으로 금융기관들의 디레버리징이 이뤄지면서 국내금융시장에서 외화유동성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시장성 금융상품 의존도가 높아진 국내 금융기관들이 경제상황 악화와 더불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또 이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경기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금융부분에 부정적 영향을 줄것으로 우려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총재는 "이에 한은은 신용위기 완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외화스왑거래 등을 통한 은행들로의 외화유동성 공급,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을 체결을 통한 가용외화 규모 확대, 정책금리의 신속한 인하와 유동성확대 조치 시행 등이 그것이다.

이 총재는 "한은의 이런 적극적 노력에 힘입어 최근들어 금융시장 상황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크레딧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큰폭으로 하락하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하향안정세로 전환했으며, 주식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시장금리가 큰폭으로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상황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런 금융시장 상황의 개선에도 불구, 산업생산 등 실물경제활동은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정책당국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제적 차원의 신용사이클 변동으로 인한 위험에도 크게 노출돼 있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에서 개도국들에게 자본자유화, 경제개방 등을 요구하지만 금융상황이 변하면 갑자기 신용공여를 중단하는 문제가 있다"며 개도국 입장에서는 국제신용싸이클 변동에 독자적으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위기 상황에서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해외부문 요소들을 고려한 정책을 구사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정책적 틀을 개발하기기 쉽지 않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할수 있는 방안 연구도 보다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2, 3일 이틀간 한은 본관 대회의실에서 'The Credit Crisis: Theoretical Perspectives and Policy Implications(신용위기에 관한 논의와 정책 시사점)'를 주제로 2009년 한국은행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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