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 행사장인 제주 중문단지옆 국제컨벤션센터(ICC) 안팎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각국 정상들과 기업 경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철통'경호 작전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이날 기자를 가장 먼저 놀라게 한 것은 때아닌 '굉음'이었다. 행사장 바로 앞에 설치된 국산 지대공 미사일인 '천마'발사체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한 경호업무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열리는 회의인 만큼 보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언제라도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엔진을 계속 가동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더운 열기와 엔진음은 가뜩이나 더운 날씨를 뜨겁게 달궜다.

해상에서도 긴장감은 마찬가지였다. 행사장 앞 해상에는 기나긴 오일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외부 선박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경비함정 20여대가 인근 해상을 2중 3중으로 겹겹이 순찰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방문객들의 행사장 입장도 쉽지 않았다. 미리 등록했음에도 소지품을 하나하나 꺼내 확인하는 바람에 입장 시간이 지체됐다.

등록자가 검색대 앞에 서는 순간 컴퓨터가 등록증을 무선으로 인식해 방문객과 등록자의 얼굴을 곧바로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첨단 출입통제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행사 경호 업무에 동원된 기관만 군과 경찰 · 소방 · 해경 등 모두 11개 부처다. 이들로 '경호안전통제단'이 구성돼 24시간 경호업무가 펼쳐지고 있다. 전국 경찰만 5000여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식당에서 만난 소방방재청의 박장호 소방장(41)은 "지난 1월부터 이번 행사를 준비했는데 현재 제주도 소방방재청 인력과 장비의 3분의 1이 이번 행사에 투입돼 있다"며 "불안한 상황 속에 각국 정상 10여명과 700여명의 기업 경영인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불미스런 사고가 없도록 점검에 점검,확인에 확인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방장은 시간이 급하다며 비빔밥을 10분 만에 '게눈 감추 듯'몰아넣고 자리를 떴다.


박수진 서귀포=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