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과열을 낳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1년 내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대출 금리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등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시장 자율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31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20주년 기념 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한 학회 회원들 가운데 설문에 응한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나왔다.

◆자산시장 과열 조짐

현재 유동성 상황에 대해서는 '실물경기 대비 과잉'이라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65.3%를 차지했다. '적절한 수준'(21.1%)이라거나 '아직 부족하다'(7.7%)는 의견은 적었다.

금융학회 회원들은 이 같은 과잉 유동성이 자산시장의 과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의 53.8%가 '자산시장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의 주가 및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이 '정상적인 회복세'라는 응답은 26.9%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유동성 환수에 나서야 할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이후'를 점치는 의견이 61.6%로 많았다.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인상 할 경우 실물경기 침체를 야기 할 수 있다고 봤다.

◆금리,수수료 등은 시장원리로

대출금리 인하 및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최근 금융권에서 논란을 빚었던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원리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은행 대출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8%가 '은행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출금리 인하는 안 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서민경제 지원 등을 위해 대출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은 28.8%였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도 '인위적인 수수료 인하보다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48.0%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으로는 '일괄적인 수수료율 인하'(21.1%)와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19.2%)이 비교적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꼽혔고 '소액 카드 결제 거부 허용'(9.6%)과 '카드 결제시 높은 가격 부과'(3.8%) 방안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올 연말 경기회복 기대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드는 시기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2009년 4분기가 본격 회복기가 될 것이라는 대답이 32.7%로 가장 많았다. 2010년 1분기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30.8%로 뒤를 이었다.

내년 2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은 17.3%였고 11.5%는 2011년 이후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하다'는 응답이 76.9%로 압도적이었다. '기업 구조조정 대상과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은 76.9%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