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 빠진 기간에는 원금만 지켜도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에 두 자리 수익률을 낸 펀드가 있다. 그것도 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을 얻는 '리버스 펀드'가 아닌 자산의 9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정통 주식형 펀드다.

'하락장엔 장사 없다'는 속설을 뒤집은 주인공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칭기스칸 펀드'.코스피지수가 1717이었던 작년 6월27일에 설정돼 지수가 1400선을 밑도는 현재까지 11개월간 1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3개월 수익률(36%)과 6개월 수익률(51%)에서 모두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43 · 사진)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탄 것도 이 펀드 때문이다. 옛 현대종금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1998년 트러스톤의 전신인 IMM투자자문을 만들어 연기금이나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의 돈을 관리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름을 날렸지만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선 무명에 가까웠다.

그는 총 2조5000억원가량을 굴리면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공모펀드는 사실상 '칭기스칸 펀드' 하나만 운용하고 있다. 황 대표는 "펀드 수를 늘려 고객을 끌어모으기 보다 제대로 된 명품펀드 하나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펀드 수는 2200개인 데 비해 미국 경제 규모의 8분의 1에 불과한 한국에는 4800개의 펀드가 난립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황 대표는 설정액 500억원대인 '칭기스칸 펀드'를 3명의 펀드매니저에게 맡겼다. 그리고 18명의 리서치 인력은 1년에 2000번 이상 기업을 탐방하게 했다. 투자에 있어서 발품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는 지론에서다.

투자 전략에서는 특별한 게 없다.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되 약세장에서는 통신업종 같은 경기방어주를 사고 상승장에서는 경기민감 종목을 편입하는 게 전부다.

다만 타이밍을 중시했다. 제때 투자종목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칭기스칸 펀드'의 경우 투자종목 교체 횟수를 나타내는 매매회전율이 지난 10개월간 700%가 넘는다. 업계 평균(100~200%)보다 최대 7배 수준이다. 황 대표는 "주가가 오르기 전에 남들보다 먼저 사서 꼭지 전에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모두 수많은 기업 탐방과 면밀한 기업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예찬론자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기업과 증시가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다. "한국만큼 산업구조가 튼튼한 나라가 없어요. 예전에는 정보기술(IT)과 건설만 가지고 먹고 살았지만 지금은 화학 자동차 철강 조선 해운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습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시장인 게 분명해요. "

황 대표는 국내 인구 구조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 이후 베이비붐에 힘입어 주식 투자 여력이 있는 40~64세 인구가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국내 투자 문화가 단타에서 장기 투자로 돌아섰고 의식 수준이 높아진 점도 국내 증시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았다. 투자자들의 부동산 쏠림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이유를 들어 그는 향후 10년의 기대수익률은 주식이 부동산의 몇 배는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황 대표는 한국 증시의 우수성을 우리 국민들도 못 믿지만 외국인들은 아예 모른다고 보고 해외 설명회를 자주 나가고 있다. 최근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3000만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앞으로 해외 자금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는 국내 펀드만 운용하고 있지만 먼 미래를 보고 2007년에 싱가포르에 법인도 세웠다.

그는 멀지 않아 대세 상승장이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 시기는 2년 후인 2011년으로 못박았다. 국내 경기는 이미 바닥을 찍었고 세계 경기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란 게 그 이유다. 회복이 가장 늦은 미국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황 대표는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의 저축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4%로 올랐다"며 "저축률이 8%로 상승하면 미국인들이 부채를 갚고 소비 여력이 생기는데 그 시점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그는 지금부터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 대세 상승장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2년 이상 매월 국내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으면 2007년의 중국펀드와 같은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얘기다.

"240조원 정도인 국민연금의 투자자산이 2011년이 되면 380조원으로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퇴직연금과 변액연금처럼 증시를 떠받치는 자금들도 크게 늘어나 대세 상승장을 이끌 겁니다. "

물론 그도 단기 조정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인이 개를 줄에 묶어 산책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주인은 한방향으로 걸어가는데 개는 요리조리 왔다갔다 하죠.순간순간 궤도를 이탈할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개도 주인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가게 됩니다. 단기적인 등락에 흔들리지 말고 큰 흐름을 보세요. 그래야 대세 상승장의 과실을 먹을 수 있습니다. "

글=정인설/사진=허문찬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