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GM대우 장기적 성장기반 요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운명이 파산보호 신청 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면서 GM대우차 처리를 놓고 산업은행과 GM간 줄다리기도 본격화했다.

GM이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 새로운 회사인 '뉴(New)GM'으로 재탄생하면 GM대우를 우량 자산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GM본사와 GM대우 처리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유동성 지원을 전제로 GM대우를 소형차 및 미래 신차 생산기지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29일 "GM 본사가 GM대우를 앞으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소형차 등 경쟁력을 갖춘 차종의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는 보장 없이는 유동성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GM대우가 '굿 컴퍼니(Good company)'로 편입될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보고 있다"며 "GM대우가 생존하려면 중장기적으로 GM대우의 성장과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확고한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GM본사로부터 GM대우를 단순히 GM의 조립 공장이나 하청 생산공장이 아닌 글로벌 전략에 따른 핵심기지로 한다는 보장을 받아야만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산업은행은 닉 라일리 GM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 등 GM 측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동성 지원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GM대우의 장기 성장 가능성 확보 및 독립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 신규 자금의 회수보장 방안 등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GM이 대주주인 상황에서 GM대우에 대한 지원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는 만큼 GM대우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지원자금을 출자전환해 보유 지분을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GM대우 지분은 GM측과 산업은행이 각각 72%, 28%를 보유하고 있다.

GM 측은 GM대우에 대해 장기적인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으며 GM의 조기 회생을 위해 중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닉 라일리 사장은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지만 GM대우는 우량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GM대우의 주식을 산업은행에 직접 매각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담보로 제공할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다"며 "협조융자(신디케이트론) 등 다양한 유동성 지원 방안을 찾고 있으며 다음에 다시 만나 GM대우의 장기 발전 전략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지난 2월 초 GM대우의 자금 지원 요청에 대해 미국 정부의 GM 처리방향을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지원 결정을 미뤄왔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