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장들이 본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장들은 성장잠재력 향상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향후 한국 경제 성장을 좌우할 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루비니 교수와 김종석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등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의 수장들은 28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의 "한국경제,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은 녹색산업과 정보기술 등의 분야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하며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자본축적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일본이 경기침체 후 높은 실업률이 지속됐던 것처럼 한국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후 실직자가 늘 수 있다"며 "현재 한국에게 주어진 과제를 풀지 못하면 경제성장이 전망치 만큼 올라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김종석 홍익대 교수도 "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 감소 추세"라며 "현 추세가 지속되면 성장 잠재력이 소진되고 장기침체에 들어서거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변수로는 △물적·인적 자본 △경제활동 참가율 △총요소 생산성을 지목했다. 특히 김교수는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해 제도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교육개혁, 기업환경개선, 일자리 창출, 노사관계 안정과 개방과 경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신기술을 개발해 상용화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내수침체가 장기화될 전망으로 2010년에도 경기침체 전인 2008년의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노동시장 경쟁력은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노사협력으로 파이를 키워 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를 분석했다.

정 소장은 "금융시장 충격의 확산 원인은 높은 시장 개방도, 취약한 시장구조와 과거 외환위기에 따른 트라우마, 금융 회사들의 단기외채 급증과 높은 예대율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선진화를 위한 정책상의 과제로 △신속한 금융 구조조정 추진 △금융 비즈니스 모델 재정립 △금융시장 구조의 개선과 △금융규제 및 감독체계의 개선을 들었다.

또 "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 등 선제적인 자본확충과 구조조정기금 조성을 통한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2013년까지 향후 5년간 한국 경제가 기존 평균 성장률보다는 1~2%P 낮아진 평균 2.5%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빠른 재고조정과 자산효과로 실물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금융시장도 안정됐다"면서도 "GDP는 2010년 3분기에나 경기후퇴 이전 규모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장은 수출입 전망과 자원시장 동향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김 소장은 "금융위기로 글로벌 무역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현재는 환율효과에 의존하고 있는 '불황형 흑자'"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도표를 통해 "중국의 대외수출의 변화폭이 한국의 대중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놓고 "중국의 성장패턴 전환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재 등 자원시장에 대해서는 "최근 중국 특수, 저금리, 달러 약세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자재가가 상승했다"면서도 "다만 자동차생산, 철강업, 건설업 등 주된 수요가 경기부진으로 감소해 당분간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유동성이 팽창하며 투기자금이 유입될 수 있고, 광산업체의 경영위기로 공급부족 현상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중국이 전략적으로 매집에 나설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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