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호텔 항만 등 101개 부문에서 중국 자본의 투자를 허용키로 했다. 또 중국은 대만 공산품 구매를 위해 대규모 사절단을 잇달아 파견할 예정이다. 양안(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서 중국과 대만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 또 중국 자본과 대만 기술이 결합함으로써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가전제품 등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의 세계 시장에서 한국 일본 등과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중국 자본에 시장을 개방할 첫 번째 대상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공공사업 등 3개 분야 101개 부문을 선정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내주 각료회의를 열고 개방 대상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양국이 중국의 대만 투자를 허용키로 합의한 이후 첫 번째 구체적인 조치다.

중국 자본의 투자 허용으로 대만 시장을 장악해온 일본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거리에는 도요타 등 일제 차량이 즐비하고 대만 전체 수입 중 일본산이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일본이 시장을 선점해왔다. 대만 인프라 시장에서의 외국 기업 입지도 크게 좁아질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대만법인의 송한승 대표는 "중국은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중국 기업이 대만 시장에 진입할 경우 외국업체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안 관계 개선으로 중국 시장에서 대만 기업의 경쟁우위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구매사절단이 이달부터 9월까지 7~9차례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간판 TV업체들은 대만에서 LCD 패널 등 22억달러어치의 부품을 구매할 예정이다. 중국 언론들은 올해 중국 구매사절단의 대만산 제품 구매 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중국 국유은행들은 중국 진출 대만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어 대만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로부터 불공정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6일엔 대만 집권 국민당의 우보슝 주석이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와 회담을 갖고 올 하반기 양안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구축협정(ECFA)'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대만 정부는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추진 중인 FTA가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키 위해 ECFA를 조기에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