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4월중 국제수지 동향'은 한국경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나타냈으나 내수침체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한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자본수지가 다시 유입초과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 경상수지 불황형 흑자

4월 경상수지 흑자 42억8천만 달러는 전월의 66억5천만 달러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규모다.

작년에는 거의 매달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적자가 지속됐고 올 들어서도 1월에는 16억4천만달러의 적자였다가 2월에야 35억6천만 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유지한 것은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3월 69억8천만달러에 이어 4월에도 61억7천만달러나 됐다.

이는 수출이 303억1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6%가 감소했는데 비해 수입은 241억4천만 달러로 35.7%나 줄었기 때문이다.

수입이 줄어든 것은 내수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품목별로 보면 통관기준으로 기계류.정밀기기는 31.0% 줄었고 전기.전자기기는 23.3%, 수송장비는 34.7%의 감소율을 각각 나타냈다.

직접소비재는 17.9%, 내구소비재는 32.3%의 비율로 줄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 축소 요인도 있었다.

환율하락 등으로 인해 여행수지가 3월 1억2천만 달러 흑자에서 4월 2억5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배당시즌인 4월을 맞아 소득수지 적자규모가 8억6천만달러로 전월보다 2억2천만달러 감소한 것도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였다.

◇ 자본수지 흑자로 전환

자본수지가 유입초과(흑자)로 돌아선 것은 청신호에 해당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4월의 자본수지는 25억4천만 달러 유입초과로, 국내로 들어온 액수가 나간 금액보다 많았다.

자본수지는 올해 1월에 51억4천만 달러의 유입초과를 나타냈으나 2월과 3월에는 각각 29억8천만달러와 27억1천만 달러의 유출초과였다.

특히 증권투자수지가 71억3천만달러의 유입초과였다.

직접투자수지도 들어온 액수가 나간 액보다 8천만달러가 많았다.

자본수지의 유입초과가 지속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자본수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방향을 쉽게 바꾸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 경제의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금융기관들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해외발 악재는 언제든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을 끌어낼 수 있다.

◇ 5월 경상수지 30억 달러 전망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폭이 전달에 비해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 환율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3월에 달러당 1천461.98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4월 들어 1천341.90원으로 하락한 여파로 수입액이 늘고 여행수지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시욱 연구위원은 "환율효과가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배당금 지급시기가 맞물려 소득수지도 적자 규모가 늘었지만 이는 계절적 요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도 "환율 하락에 따라 예상됐던 결과"라면서도 "수출이 전년보다 크게 줄기는 했지만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5월의 경상수지가 30억 달러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수지는 상당 수준의 흑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하락으로 인해 여행수지와 경상이전수지가 보다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시즌이 거의 종료됨에 따라 소득수지가 개선된다는 점은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하는 요인이다.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유가 상승 추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홍정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