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맞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이번에는 대결 종목을 수입 와인으로 옮겼다.

양 사가 수입 와인 값의 거품을 없애 큰 폭으로 가격을 낮추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1일부터 전국 25개 점포에서 합리적인 와인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고가 와인에 대해 '그린 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한다.

이 제도는 와인 수입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정상가격을 도출한 뒤, 가격 정찰제를 준수함으로써 브랜드별 임의적인 할인을 근절하겠다는 게 요지다.

정상가격을 높게 책정한 뒤, 수시로 할인 판매하는 잘못된 기존 관행을 바꿔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불신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이 제도를 통해 수입마진을 최소화해 와인값을 최대 60%까지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린 프라이스 제도가 적용되는 품목으로 라피트 로칠드, 마고, 딸보 등 보르도 그랑크뤼 등 26개 품목과 오존, 슈발블랑 등 쌩떼밀리옹 그랑크뤼 등 4개 품목, 페트뤼스, 오퍼스윈, 알마비바, 샤스스플린 등 고가와인 중 인기품목 총 74개가 선정됐다.

이에 따라 '샤또딸보 2006'의 경우 기존 20만 원(정상가 기준)에서 10만5천 원으로, '샤또 까망삭 2006'은 기존 14만 원(정상가기준)에서 6만3천 원으로 내릴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와인가격 안정을 위해 그린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하는 것 외에 산지 직소싱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올해에는 칠레를 방문, 산지 직소싱을 추진한다.

롯데백화점이 이처럼 와인가격 할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달 초 와인값 인하를 선언한 신세계 측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 5일 와인 전문회사 '신세계L&B'를 통해 직수입 방식으로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이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와인 값을 20~40% 내린다고 발표, 와인값 인하경쟁에 불을 댕겼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신세계 L&B는 그동안 전세계 와이너리와의 직거래선 확보 등 준비작업을 마치고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이마트 등에 첫 제품을 선보이며 발빠르게 와인값 할인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 L&B는 전세계 와이너리와의 직거래 및 대량 발주를 통해 운송비 등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마진을 최소화하는 등 유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와인 값을 평균 20~40% 내리겠다고 밝혔다.

시중에서 99만~13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샤토 무통 로칠드 2001년 빈티지를 30~45% 가량 내린 69만 원에 판매하는 등 자사가 수입하는 와인가격과 시중 가격을 비교하는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는 등 롯데를 비롯한 타 와인유통업체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양 측은 와인값 할인 방법으로 신세계는 직수입, 롯데는 직매입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자회사인 신세계L&B를 통해 해외 와이너리로부터 와인을 직수입함으로써 유통마진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며, 롯데의 경우 수입 와인업체로부터 와인을 매입한 뒤,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백화점과 수입업체의 마진을 최소화함으로써 와인값을 낮추겠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자회사의 와인 직수입을 통해 유통마진을 줄일 수는 있지만 백화점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와인을 자회사가 공급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며, 롯데의 경우 수입 와인업체들의 적극적인 협력없이는 와인 값 인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