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S는 두 얼굴을 갖고 있었다. 최고의 스포츠카이면서도 최고급 세단처럼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했다. 성능 면에서도 그랬다. 자동 모드로 주행하다 수동 및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금방 얼굴을 바꿨다. 순한 양이 날쌘 표범으로 돌변했다.

이 차엔 벤츠의 고급 모델과 마찬가지로 기어박스가 달려 있지 않다. 변속 스틱이 있을 자리에 숫자 '1'과 'R' 버튼이 있을 뿐이다. 1은 전진,R는 후진을 뜻한다. 변속은 운전대 뒤 수동변속 조작막대(패들시프트)로 할 수 있다. 패들시프트는 운전대와 따로 움직였다. 운전대와 패들시프트가 함께 움직이면 변속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이 차는 운전대를 90~180도 회전시켜도 변속기 수동 조작이 매우 쉬운 구조였다.

운전석과 동승석 시트는 경주차에 사용되는 버킷시트 형태였다. 몸에 달라붙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차량 뒤쪽이 낮은 쿠페 스타일인데도 뒷좌석이 좁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다만 2도어라서 들어가고 나올 때 쉽지 않았다.

그란투리스모S의 엔진은 차량 앞쪽에,변속장치는 차량 뒤쪽에 각각 위치해 있다. 앞 · 뒤 무게가 47 대 53으로 배분돼 안정적이다. 일명 '프론트 미드십' 방식이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니 차체가 약간 낮아지면서 고속주행을 준비했다. 출발할 땐 배기음이 상당히 큰 편이다. 창문을 열고 배기음을 가만히 들으니,사람을 흥분시키는 묘한 자극을 줬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단 4.9초다. 출발할 때는 약간 덜컹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란투리스모S의 최고출력은 440마력,최대토크는 50.0㎏ · m다. 배기량 4700cc짜리 엔진을 탑재했다. 이 차의 계기판 최고속도는 320㎞/h인데,실제로는 295㎞로 제한됐다.

이 차의 제동거리는 짧은 편이었다. 고속 주행을 하다가도 제동 페달을 꾹 밟으니 원하는 곳에서 멈춰섰다. 브렘보 브레이크를 장착한 덕분이다. 공연 연비는 ℓ당 5.6㎞다. 다만 스포츠 모드로만 주행하니 ℓ당 3.5㎞로 낮아졌다.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조작막대가 운전대에서 너무 뒤쪽에 있어 한 손으로 조작하기가 어려웠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