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조율한 중장기 재정운용 방향은 올해까지 지출 확대로 경기 부양에 주력하되 비과세, 감면 등을 대폭 축소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경제 위기 극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올해에는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피하지만 국가 채무 관리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비과세, 감면을 줄여 세입 감소를 최소화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올해는 경기 회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불합리한 비과세와 감면 제도를 줄여야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일단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실물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재정 조기 집행과 내수 부양을 위한 세제 혜택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이미 추가경정예산 28조4천억원을 편성해 집행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추세를 볼 때 3분기 또는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내년에는 긴축 재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올해 재정을 퍼부어 경제를 살린 뒤 내년에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면 올해보다 허리띠를 졸라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재정부는 각 부처에 내년 예산을 10% 정도 줄인다는 자세로 예산을 짜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과세, 감면 제도 축소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된다.

정부는 경기 불황 여파로 2월과 4월에 세제개편을 통해 감세 기조를 이어갔지만 8월 정기 개편에서는 불합리한 감면이나 비과세 제도에 대해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수술대 위에는 올해 말에 일몰이 도래하는 76개 감면제도가 올라 있다.

비과세와 관련해서는 전세에도 임대소득세를 부과하는 문제를 조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겨 진행 중이며 이를 토대로 하반기에 과세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지만 전세가 많은 국내 실정에서 과세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이번 추경에 반영돼 있는 위기극복 관련 정책은 한시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면서 "재정 건전성 개선을 위해 세입 측면에서는 불합리한 비과세 및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세입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도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등에 반영된 한시적 지출 소요는 원칙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심층 평가를 통해 사업 수행 여부와 적정 규모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사사업 통폐합과 지출전달체계 개선도 추진한다.

재정부는 이런 작업을 통해 올해 99조원까지 늘어난 일반회계 적자국채를 점차 줄여나가고 공적자금 국채전환분은 2027년까지 상환을 마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2009~2013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낼 때 국가채무관리계획도 함께 낼 것"이라며 "2010~2012년 국가채무 전망은 성장률, 총지출.수입 등 달라지는 경제 및 재정여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전망에 기초해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