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만 사던 주부들, 5월들어 가전·의류 구입 늘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 105는 의미있는 숫자다. 경제위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것(100 이상일 때)은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심리가 100을 넘어선 것은 작년 1분기(102)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값이 오르면서 위축됐던 심리가 되살아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이 발표한 이 지수는 조사대상이 전국 2160가구에 불과해 실제 현장 경기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 상품본부장들의 눈을 통해 현장의 소비경기를 진단해봤다.


◆5월 이후 소비심리 호전 기미 보인다

유통업체 상품본부장들 사이에선 최근 주식 ·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전무)은 "이달 초 선물시즌에 매장이 기대 이상으로 붐볐다"며 "실제로 이달 1~24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율 하락으로 원가부담이 줄어든 의류업체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다"며 "패션 비중이 높은 백화점의 입장에선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정일채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부사장)은 "(신세계의 매출은) 올 들어 4월까지 10%대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5월 들어선 20%대로 높아졌다"며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소비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소비경기의 바로미터인 가전과 패션의류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지난 1분기 이마트의 가전(-4.0%)과 패션(-2.3%)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지만 이달 들어선 각각 3.1%,2.7%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광옥 이마트 상품본부장은 "경기회복이라고 보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소비심리는 현재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 경기는 여전히 냉랭

반면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윗목 경기'는 최악의 국면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전국에 250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장충동왕족발의 신신자 대표는 "정부에서 경기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업주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맹점들의 매출도 전년에 비해 평균 20%가량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기업들의 임금 축소 등으로 중산 · 서민층 소득은 더 줄어 실물경기가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생필품만 사던 주부들, 5월들어 가전·의류 구입 늘려"
45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구기형 본스치킨 대표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은 대부분 매출이 감소해 고전하고 있다"며 "향후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본격 회복까진 시간 걸릴 듯

경기가 바닥은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한병희 하이마트 마케팅본부장(상무)은 "TV와 같은 고가 가전은 물론 믹서기,가스레인지,밥솥 등과 같은 중저가 소형 가전도 일부 품목은 역신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은 돼야 소비경기가 회복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광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전무)은 "의류와 가정용품 판매가 활성화돼야 소비심리가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아직 그렇지 못해 현 단계에서 경기회복을 얘기하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들어 미국의 소비심리도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5월 소비자기대지수가 전달보다 15.7포인트 상승한 54.9를 기록,전문가 예상을 상회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이며 2003년 4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낸 것이다.

윤성민/안상미/최인한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