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을 통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한다. SK텔레콤은 최근 공시를 통해 "하나카드의 지분 취득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이용자 및 OK캐시백 회원 등 3200만명에 이르는 SK그룹의 막강한 고객기반을 감안할 때,그룹 차원의 카드사업 진출이 확정되면 신용카드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나카드는 오는 8월 하나은행에서 분사할 예정이어서 SK그룹의 카드시장 진출시기는 이르면 7월쯤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결제 앞세워 카드업 진출 노려

SK텔레콤은 2000년대 들어 전북은행 카드사업부문 및 외환카드 인수를 추진하는 등 금융업 진출을 다각도로 모색해왔다. 성장이 둔화되는 이동통신사업의 새 활로로 금융사업을 주시해온 것.카드사 인수 작업은 현재 SK텔레콤 파이낸스 사업부에서 전담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통신기반과 금융을 결합한 '컨버전스(융합)' 형태의 서비스 확장을 위해 카드사 진출을 모색해 왔다"며 "금융 비즈니스로서의 카드사업보다는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고객 서비스 창출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3세대 휴대폰에 기본 탑재되는 사용자 인증카드(USIM)에 신용카드,현금카드 등의 기능을 담아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별도의 플라스틱 카드를 발부할 필요 없이 USIM카드 사용자에게 카드 관련 소프트웨어만 설치해주면 바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기존 카드사들에 비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 이동통신 1위 기업인 SK텔레콤은 USIM 카드를 보유한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1000만명을 비롯,2300만명의 가입자를 모두 카드 마케팅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가입자 기반을 자랑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전국 2000여개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개통하는 신규 고객에게 카드 발급을 지원하거나 대학생 등의 젊은층에게 통신비 결제용 체크카드를 발급하면 이동통신 고객 유치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룹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가 보유한 3200만명의 OK캐시백 가입자도 카드 사업 진출시 활용할 수 있는 고객 기반이다.

이 같은 고객기반은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1360만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여서 업계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하나은행의 제휴가 이뤄지면 양사가 영업망을 공유하면서 휴대폰을 개통하는 고객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거나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의 부가 서비스를 덧붙이는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공정법 개정 후 본격 인수 추진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SK그룹은 카드사업 진출이 불가능하다. 지주회사는 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거나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지난 2007년 7월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은 지주회사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올해 6월 말까지 SK네트웍스 및 SKC가 각각 22.43%,12.26%를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도 모두 처분해야 한다.

다만 국회에 계류 중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도 은행을 제외한 증권사,카드사 등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6월중 처리되면 SK그룹은 SK증권을 계속 보유해도 되는 것은 물론 카드사 인수도 가능해진다.

SK그룹은 법안 통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다음 달 공정위에 지주회사 요건이행시한을 유예해줄 것을 신청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가 SK 측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지주회사 전환기간이 2011년 6월까지 2년 연장된다. 따라서 SK그룹이 실제 카드사 지분인수에 나서는 시점은 지주회사 전환 관련 변수가 마무리되는 6월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정선/김태훈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