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7년 기준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9698억달러로 세계경제의 1.78%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 경제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톰슨사이언티픽이 발표하는 사회과학논문 인용색인(SSCI)에 등재된 학술지 수를 기준으로 하면 명함을 내밀기도 힘든 단계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발행하는 계간 영문 학술지 'Global Economic Review(GER)'가 지난달 SSCI에 등재되기 전까지 국내 경제학 관련 저널 중 SSCI에 등록된 학술지는 전무했다.

GER의 편집인으로 발행을 주도해 온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4일 "국내 학술지가 SSCI에 등재됨으로써 국내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경제학 연구를 세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기뻐했다.

정 교수는 1996년 '우리도 SSCI 등재 학술지를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GER 발행을 시작했다. 그 무렵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등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비해 국제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취약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도 국내에서 발행되는 학술지 중 SSCI에 등록된 것은 GER를 포함해 11개에 불과하다.

정 교수가 GER를 SSCI 학술지로 키우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편집진의 글로벌화였다. 국내 학자들만 참여해서는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비롯해 미국 UC버클리 하버드 코넬 스탠퍼드 등의 교수들을 편집인으로 초대했다. 2005년에는 GER를 출간하는 출판사도 영국의 학술지 전문 출판사인 루트리지로 바꿨다. 정 교수는 "학술지의 내용과 편집진 구성은 물론 유통 경로도 국제화해 GER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난관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다. 일반적으로 대학 교수가 수행하는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비용이 지원되지만 학술지 발행은 학교나 학술단체에서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한때 정 교수는 대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후원을 부탁해 학술지 발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기도 했다. 학술지 발행은 인사고과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정 교수는 "지금과 같은 풍토에서는 국내 대학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가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GER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 톰슨사이언티픽은 3년마다 SSCI 학술지의 피인용 횟수 등을 토대로 '영향력지수((Impact factor)'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정 교수는 "13년에 걸쳐 힘들게 결실을 맺은 만큼 GER의 국제적인 권위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