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이후 정유사별 휘발유.경유값 격차 줄어

정유사간 경쟁을 통해 기름값을 내린다는 명분으로 정유사별 기름값 공개가 시작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정유사별 가격차이가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의 결과"라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정유사들간에 암묵적 가격담합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5월 둘째주 보통휘발유 공급가(세전 기준 대리점.주유소 공급가격)가 가장 비싼 곳은 현대오일뱅크로 ℓ당 570.35원, 가장 싼 곳은 557.86원의 SK에너지로, 두 회사간 가격차는 12.49원이었다.

5월 첫째주에 가장 비쌌던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차가 6.29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더 벌어졌지만 첫 공개가 이뤄졌던 4월 다섯째주 최고가(에쓰오일)와 최저가(SK에너지)간 차이 16.79원에 비하면 가격차이는 여전히 크지 않다.

경유는 가격차 축소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첫 공개(4월 다섯째주)시 가장 비쌌던 GS칼텍스(ℓ당 551.03원)와 가장 쌌던 SK에너지(ℓ당 535.69원)간 가격차가 15.34원이었으나 5월 첫째주에는 최고가와 최저가간 가격차가 11원 가량으로 줄었고 5월 둘째주에는 다시 8.56원으로 축소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경쟁효과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아직 공개가 세 번밖에 이뤄지지 않아 판단을 내리기는 조심스럽다"고 전제하면서도 "정유사간 경쟁의 결과로 봐야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유사 공급가격 주간 공개 이후 정유사들이 경쟁사들의 가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졌고 이 과정에서 국내 제품가의 기준이 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반영시차가 과거 2∼3주에서 꾸준히 줄어 최근에는 1주 이내로 좁혀져 신속하게 가격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눈치보기'를 통해 다른 회사의 가격에 맞춰 가격을 설정하는 '암묵적 담합'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40%선인 최대 정유사 SK에너지의 경우 첫 공개 당시는 가장 가격이 쌌지만 5월 둘째주까지 가격 상승폭(보통 휘발유 기준)이 ℓ당 32.36원으로 가장 커 가격수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정유사별 판매가격 공개의 반응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고,최저가격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하며 "정유사별 공급가 공개가 향후 정유사간 암묵적 담합의 가능성과 함께 일정부분 가격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과점상태인 석유시장의 성격상 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 나머지는 일정 범위에서 선도기업의 추세를 따라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아울러 석유시장의 경쟁촉진과 가격인하를 위해 수입 석유사들의 시장참여 필요성을 지적하며 "대형마트들의 주유소 참여확대가 수입사들의 시장참여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