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업용 모기지 부실도 '불안'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의 은행과 미국의 상업용 모기지 부실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다음 뇌관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 이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본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미국 및 세계 경제 전망에 관한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위스 이사는 "금융시장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또 다른 갑작스러운 파국도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보다 유럽의 은행의 건전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유럽의 주요 은행이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또 다른 리먼브러더스가 나타날 수 있음을 걱정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금융시장) 상황은 다시 몇 개월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럽에서 은행이 무너질 경우 은행 시스템이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곳들이 있는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해당 국가 중 누가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지도 모호한 점 등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스 이사는 또 미국의 상업용 모기지 부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업사태가 지속되면서 사무실 수요가 없어지고 상업용 부동산 매매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모기지가 올해는 다행히 많지 않지만 내년에는 수조달러에 이른다"며 부도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역 은행들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다음번 문제로 지적되는 신용카드 부실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부도율이 내년에 11%까지 높아질 수도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사업체 등에 의존도가 높은 신용카드사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위스 이사는 미국 경제와 관련해 "경제의 수직낙하는 멈췄고 전망도 몇달전 만큼 어둡지는 않다"면서도 소비위축으로 인해 경제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향후 6개월 안에 경제가 바닥을 칠 것으로 보고 9월쯤을 그 시기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제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1년 정도는 더 걸릴 것이고 느린 회복이 예상된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동안 늘려온 빚을 줄이는 디레버리지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빠른 회복에 대한 기대를 제한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위스 이사는 주택시장의 경우 집값이 2005~2006년의 정점에서 31% 가량 떨어졌고 이로 인해 저가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점과 기록적으로 낮은 모기지 금리가 매수세를 형성시키는 등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집값은 내년 초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위스 이사는 또 미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진 것과 관련 "지금은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라면서 기존의 세계 경제 탈동조화 주장을 "멍청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하강 정도에서 오히려 유럽이나 일본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미국은 올해 1.4분기에 연율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이 6.1% 줄었지만 일본은 15.1% 감소해 1955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고 독일도 14.4% 줄어 1970년 이후 가장 나빴다.

그는 "미국 경제는 올해 턴어라운드 하겠지만 유럽은 내년이나 돼야 할 것"이라며 유럽이 경기하강에 미국 등에 비해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이 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신흥시장 국가의 경우 최악은 지난 것 같다면서 중국의 장기적인 견조한 성장세가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올해 6.5%, 인도는 6%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경기 하강에 빠르고 강하게 대응한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10% 이상의 성장세를 끝없이 지속할 수는 없지만 20년간 견고한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위스 이사는 중국이 지금 당장은 세계를 경기침체에서 끌어낼 경제적 리더는 아니지만 중국의 성장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