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상의 최고봉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손인국 이구산업 대표(60)는 '뚝심' 경영자로 통한다. 부친에 이어 40년째 구리합금 제조란 한우물만 파오면서 불모지였던 국내 비철금속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2002년 경기도 평택포승국가산업단지에 1000억원을 투자,3만평 규모의 제3공장을 착공한 것이 손 대표의 '뚝심' 경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당시 연매출 4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중소기업의 대담한 투자는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손 대표는 "이구산업이 망하면 거저 줍겠다"는 주위의 비아냥을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계획을 밀어붙였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향후 회사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가 좌우할 것이란 확신에서였다. 이구산업은 2006년 3공장을 완공한 뒤 손 대표 예견대로 지난해 18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공격투자에 따른 후유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국제 구리값이 급등락하면서 이구산업은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했다.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구리 값은 지난해 t당 9000달러까지 치솟다가 10월 말께 2800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t당 9000달러 안팎에서 수입한 재고는 고스란히 쌓여 260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안겼다. 이구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재고자산평가손에 발목 잡혀 1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올 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국제 구리값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데다 최근 수출주문이 폭주하고 있어서다. 이에 힘입어 이구산업은 '깜짝' 실적을 자신할 정도다. 공격적인 시설투자를 통해 고부가치상품으로 탈바꿈시킨 황동,리드프레임 등 압연제품이 반도체,하이브리드카,LED,태양광 등 녹색성장산업의 성장과 함께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