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조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둘러싸고 채권단 내에서 보험사와 은행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워크아웃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선수금환급보증(RG)보험을 발행한 보험사들은 건조 중인 선박을 개별 관리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 등 다른 채권회사들은 선박 공동관리를 통해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조선사 신용위험 평가에서 C등급(부실 징후)을 받아 워크아웃이 개시된 진세조선은 22일 채무유예기간이 종료된다.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진세조선에 RG보험을 발행한 3개사는 공동으로 낸 경영정상화계획(보험사 안)에 대해 국민은행이 의안상정을 거부,진세조선의 워크아웃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21일 발표했다.

의결권 31.56%를 가진 이들 보험사는 지난달 실사기관인 삼정KPMG가 제안한 공동 건조방식의 경영정상화계획(KPMG 안)을 부결시킨 뒤 개별 건조방식 방안을 만들어 국민은행에 상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지난 20일 열린 채권금융사협의회에서 보험사들이 내놓은 안이 아닌 KPMG 안을 재상정,채권사들에 22일까지 표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개별 건조방식은 보험사가 각자 RG보험을 내준 배를 각자 책임 하에 건조하자는 것"이라며 "실사보고서에서 제시된 긴급자금 840억원을 보험사가 778억원,국민은행이 62억원씩 나눠 지원하는 내용을 내놓았는 데도 국민은행이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보험사들은 진세조선이 보유한 500억원 상당의 후판을 써 자신들이 RG보험을 내 준 배를 먼저 건조한 뒤 손을 떼고 나가겠다는 의도"라며 "보험사들이 '공동손실 최소,공동이익 최대'란 워크아웃 원칙을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국민은행은 "보험사 방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보험사들의 손실은 줄어들고 은행 등 다른 채권사들의 손실이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채권단 내 갈등으로 진세조선의 워크아웃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이 22일까지 회생방안을 확정하지 못하면 워크아웃은 종료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사 간 견해차가 너무 큰 데다 워크아웃 논의가 몇 달을 끌면서 회사 사정도 악화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과 보험사 간 충돌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은행은 조선사를 살려야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보험사의 경우 해당 RG가 걸린 선박만 정상적으로 건조하고 나면 손해 자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에 대한 1차 신용위험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던 녹봉조선 역시 지난달 워크아웃이 중단돼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실사를 담당한 삼정KPMG에 따르면 진세조선을 청산하면 1조원가량의 채권단 손실이 불가피하고 이 중 9500억원 정도는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추산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