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텔들은 지난해 앞다퉈 객실 TV를 교체했다. 400만실로 추산되는 미국 호텔 객실 중 80만실에 새 TV가 설치됐다. 디지털방송 전환을 앞두고 구형 아날로그 TV를 디지털 TV로 바꾸려는 수요가 집중됐던 것.'호텔 TV 전쟁'의 승자는 LG전자였다. 전체 교체 수요의 3분의 2에 가까운 50만실에 LG전자 제품이 들어갔다.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인 LG전자가 어떻게 미국 호텔 TV시장을 독식할 수 있었을까.

LG전자는 우선 최신 영상 콘텐츠를 호텔 유료채널에 판매하는 사업을 벌이는 현지 업체 롯지넷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호텔이 TV를 개별적으로 구매한 후 롯지넷에 연락,개당 100달러 내외의 호텔 전용 셋톱박스를 달도록 하는 기존 사업 방식을 바꾸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판단이었다. LG전자는 셋톱박스 기능을 갖춘 칩을 TV에 내장한 제품을 만들어 롯지넷의 문을 두드렸다. 칩 가격은 13달러.비용을 8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조건을 마다할 리 없었다. 롯지넷은 LG전자와 TV 및 유료채널 공급 시스템을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호텔 유료채널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콘텐츠 사업자들도 LG전자의 편이었다. LG전자의 셋톱박스 내장 TV에 프로그램의 복제를 막을 수 있는 기능이 내장돼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콘텐츠를 'LG전자-롯지넷' 연합군에 제공했다.

호텔에는 설치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혜택을 제공했다. 미국은 인건비가 비싼 나라로 한꺼번에 수백대의 TV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설치가 늦어질 경우 객실에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채널 세팅 내역을 USB에 저장해 복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 방식을 통해 30분에 달했던 채널 설정 시간을 20초 내외로 줄일 수 있었다. 수십명의 기술자들이 필요했던 일을 두세명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을 주도한 북미호텔TV팀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1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 스킬올림픽'에서 '일등LG상'을 받았다.

LG스킬올림픽은 계열사들의 경영혁신 성공 사례들을 공유하기 위해 LG그룹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구본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와 자율에 기반한 한 차원 높은 혁신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며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